11세기 프랑스에서는 기사(騎士)들간에 마상(馬上)시합이 성행했다. 말을 타고 창이나 칼, 방패를 들고 힘을 겨루는 경기다. 기사들이 두편으로 나뉘어 상대방을 한명이라도 많이 떨어뜨리는 쪽이 승자가 됐다. 승자는 패자쪽으로부터 무기, 투구, 말들을 얼마나 빼앗았는지 계산해서 포로의 몸값을 받았다. 이런 경기는 기사들에게 무예를 닦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가 유행하자 아예 시합을 전전하며 돈벌이를 하는 기사도 생겨났다.
경기가 거칠고 난폭해지자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 때문에 15세기 들어서는 게임 형식이 정비되고 기사들이 호화스럽게 무장, 귀부인 앞에서 1대1 승부를 겨루는 것으로 변모했다. 기사들은 여기서 이기는 것을 최고의 명예와 멋으로 알았다. 프랑스 앙리 2세가 상대방의 창에 눈을 찔려 숨진 것도 이 무렵이다. 이러한 마상시합이 형식을 갖춰 승자만이 다른 팀의 승자와 대결,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법으로 정착해서 유래된 것이 스포츠에서의 토너먼트 방식 경기이다.
리그전은 경기에 참가한 개인이나 팀이 적어도 한번은 다른 선수나 팀과 대전토록 돼 있는 경기다. 토너먼트 방식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선수나 팀의 평균적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토너먼트 방식은 단 한판으로 패자는 떨어져 나가고 승자만 살아남는 냉엄한 승부의 세계를 보여준다. 리그전처럼 다음 기회도 없기 때문에 박진감이 넘치고 살아 남으려는 의지와 노력은 처절하다.
2002월드컵 축구 16강전이자 한국의 월드컵 첫 토너먼트 전인 한·이탈리아 전이 오늘밤 대전에서 벌어진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때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 골든골 제도도 토너먼트전의 흥미를 더욱 고조시킨다. 강팀들이 연장전에서 소극적으로 임하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먼저 골을 넣는 팀을 승자로 가리도록 한 골든골 제도는 토너먼트게임과 연장전의 열기를 더욱 달아 오르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역사적인 한·이탈리아간 16강전. 한판 승부를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으로부터 승리에 환호하는 장한 기사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성정홍 (논설위원)>성정홍>
토너먼트 경기
입력 2002-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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