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전직 대통령들도 많지만 그중 미국의 빌 클린턴처럼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모으는 인물도 꽤 드물성 싶다. 우선 그는 퇴임 직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퇴임 임박해서 그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8년 전 첫 취임 때 보다 오히려 더 높은(직무능력 지지도 68%) 유일한 대통령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퇴임 때는 수백만달러의 빚을 안고 백악관을 떠나는 바람에 또 한차례 화제의 인물이 됐었다. 돈을 모아 떠나도 시원찮을 판에 빚까지 졌으니 오죽했겠으랴. 물론 그가 진 빚이라는 게 재임시절 갖가지 스캔들에 대한 변호사비용이긴 했지만.
그 클린턴이 요즘 또 화제에 오르고 있다. 퇴임 후 그가 지난 한햇동안 강연료로 벌어들인 돈이 자그마치 920만달러(약 112억원)나 된다는 것이다. 물론 퇴임 후 강연으로 돈을 번 전직 대통령으로는 로널드 레이건을 비롯,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친 부시, 지미 카터 등 꽤 있다. 하지만 그들은 기껏해야 서너번이 고작이었다. 이에 비해 클린턴은 미국은 차치하고라도 호주 폴란드 중국 등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무려 60여차례나 강연을 해 거액을 벌어들였다. 그의 강연료는 1회에 7만5천~35만달러 수준으로 일본의 제약회사, 유럽의 유대인 로비단체, 미국의 투자은행,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 등의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화제의 인물인 만큼 그의 대중적 인기도 꽤나 대단한 모양이다.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살 만도 하다.
사실 화제를 모은 전직 대통령이라면 우리나라에도 클린턴 못지않은 인물들이 없지않다. 백성들에게 배척받아 망명지에서 고국을 그리다 세상을 떠난 이도 있고, 철석같이 믿었던 심복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이도 있다. 그런가 하면 퇴임 후 역사의 심판을 받아 옥살이를 한 이들도 있다. 화젯거리라면 이보다 더한 게 또 있을까.
그런데도 그들이 남긴 화제와 클린턴이 뿌리고 다니는 화제가 주는 느낌은 도저히 같을 수가 없다. 한쪽은 기억하기조차 싫을 만큼 생각할수록 우울해지는 반면, 한쪽은 들을수록 부럽고 유쾌하고 또 재미를 더해 가기에….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화제와 재미
입력 2002-06-20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06-20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