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0년대 중반 스페인의 펠리페2세는 사상 최강의 함대를 편성한다. 전함 127척, 수병 8천명, 육군 1만9천명, 대포 2천500문의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대함대였다. 목적은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양분하고 있는 세계 해상 무역권에 대한 영국의 도전을 사전에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이름하여 '축복받은 함대'(Felicisima Armada)였다. 그러나 함대의 위용과 화력에 지레 겁먹은 영국인들은 이를 무적함대(Invincible Armada)라 해 오늘까지 전해 내려온다.

1588년 7월 23일 막강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영불해협에 그 위용을 나타냈다. 이에 대항하는 영국의 전력은 배 190척이 전부였으나 반절은 거의 쓸모없는 선박이었고 화력도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전투결과 전혀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 8월7일까지 계속된 전투에서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선박침몰 63척, 익사 전사자 1만8천명인데 비해 영국은 배 1척침몰과 전사자 100여명에 그친 대 승리를 거뒀다. 영국은 무적함대와의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그동안 스페인이 갖고 있던 세계 최강국의 위상과 명성을 이후 300여년에 걸쳐 누리는 영광의 시절을 맞는다.

스페인의 무적함대 격침은 영국의 장거리 함포의 우세, 스페인의 오만함과 전술상 오판, 폭풍으로 인한 스페인함대의 피해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 스페인의 지배에 있었던 네덜란드 함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던들 불가능했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14세기에는 프랑스, 15세기 오스트리아, 16세기에는 스페인의 지배에 있었던 네덜란드가 이 전쟁을 계기로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나 17세기 들어 영국과 함께 해상 무역강국으로 등장한 것은 이 전쟁에서의 전공(戰功)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제 오늘 오후 3시30분, 한국과 무적함대라고 하는 월드컵 축구의 강력한 우승후보 스페인군단과의 4강 진출을 건 한판승부가 치러진다. 태극전사들의 조련사는 410여년전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괴멸시키는데 공을 세운 네덜란드인의 후예 거스 히딩크. 이번에도 스페인을 상대로 한국을 도와 승리를 안겨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