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미국의 몇몇 심리학자들이 ‘부자(富者)들은 대부분 검약하다’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부자들이 검약한 것은 두려움, 죄의식, 습관 때문이다. 즉 갑작스런 경제파탄이나 특히 재산이 노출됐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를 두려워하고, 덜 가진 사람들에게 항상 죄의식을 느낀다. 남다른 자선자업을 많이 하는 것도 다 그런 두려움과 죄의식의 발로에서다. 또 일생동안 검약이 몸에 뱄기 때문에 자신이 부자임을 숨기려고도 한다.’ 그들 분석이 맞다면 대부분 부자들은 분명 마음이 여리고 무척 양심적인 사람들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부자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부국(富國)이라는 미국의 부자들 중엔 자선자업을 벌인 이들이 꽤 많다. 대표적인 예로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를 들 수 있다. 록펠러는 말년에 재산 대부분을 시카고대학 록펠러연구소, 일반 교육이사회 등에 내놓았다. 카네기 역시 2억5천만달러로 대학 무료도서관, 병원, 교회 등을 짓게 했고, 죽기 전까지 3억5천만달러 이상을 내놓아 사회복지시설 확충에 크게 기여했다. 이들 외에도 1999년 사망 전 재산의 90% 이상인 900만달러를 적십자사 구세군 등에 기부한 고든 엘우드, 1986년 세상을 뜨면서 재산의 3분의 2인 3천100만달러를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인들에게 희사한 에머 하우 등 자못 많다.

지난해 말 현재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재력가가 전 세계적으로 71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중 한국인도 5만명 정도라 한다. 수십억 세계 인구에 비하면 몇 안되는 것 같지만, 그들 재산을 금액으로 따진다면 실로 엄청난 액수가 될듯 싶다. 개중엔 수백만 수천만달러에서 수십억 수백억달러를 보유한 이들도 꽤 있을테니까.

그런데 그들이 과연 심리학자들 분석대로 남모를 두려움 죄의식을 품고 있는지 모르겠다. 진정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하루 생활비가 1달러 미만인 극빈자가 3억명에 이른다거나, 북한 주민들이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 등도 그다지 걱정은 안될듯 싶은데.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