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피해를 준 태국 태풍 라마순(Ramasoon)이 가고 이번엔 미국 태풍 차타안(Chataan)이 온다고 한다. 그 다음엔 '메이드 인 베트남'의 할롱(Halong) 차례다. 장차는 우사기(토끼), 토카게(도마뱀) 등 일본 태풍도 오고 개미, 수달, 노루 등 한국 태풍과 도라지, 갈매기 등 북한 태풍도 올 것이다. 하지만 이름만 14개국별로 10개씩 붙였을 뿐 '출생지(地)'가 아닌 '출생해(海)'는 다르다. 우리 나라에 오는 태풍은 필리핀 동부 남지나(南支那)해 출신인 타이푼이고 북인도양 출생이 사이클론, 북대서양 카리브해나 멕시코만 발생이 허리케인이다.
태풍 표기도 일본은 1946년 상용한자 채택이래 '台風'이다. 중국도 '台風'이라 쓰고 '태풍 내습'도 거꾸로 '태풍 습래(襲來)'라고 한다. 하지만 초속 20∼60m의 태풍은 역시 '큰 바람 태(颱)'자 '颱風'으로 써야 두 개의 '風'자가 무서워 보인다. 순수 우리말로는 큰센바람, 노대바람(全强風), 왕바람이다. 그런데 태풍보다도 풍력 계급이 높은 강풍도 있다. 초속 29m 이상의 구풍, 싹쓸바람이다. 그런 바람이 우리 땅엔 7∼8월에 오지만 350명이나 사망한 작년의 필리핀엔 11월6일에 왔고 금년 1월13일에도 불어닥쳤다.
신비로운 건 풍신(風神), 풍백(風伯), 풍륜(風輪), 비렴(飛廉) 등 바람의 신을 연상케 하는 태풍의 눈이다. 숱한 조류와 곤충 등이 직경 40∼50㎞의 태풍의 눈, 그 둥근 지붕 모양의 허브(hub) 구름(軸雲) 속 고요한 무풍 통로를 통해 평화스레 이동하기도 한다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소용돌이 광풍 속의 바람의 신, 바다의 신은 무섭지만 그 신이 돌리는 맷돌 구멍 또는 마녀의 배꼽 같기도 한 그 눈동자만은 자애롭다는 반어(反語)가 아닌가.
또한 큰 피해 없이 지독한 가뭄과 폭염만 해소, 거둬 가는 효자태풍도 있기는 있다. 94년 8월2일의 돌연변이 브렌던과 8월10일의 더그호가 그랬다. 하지만 대부분의 태풍은 '오셨다' 하면 그 타격과 피해가 크다. 태풍과 토네이도만 막을 수 있어도 그 때가 바로 과학문명의 신기원이 될지도 모른다. <吳東煥 (논설위원)>吳東煥>
태풍 연속
입력 2002-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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