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9월, 한국비료공업이 일본에서 다량의 사카린 원료를 밀수입한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고 있을 때 일이다.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관계장관들을 소환하여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소재 등을 추궁했다. 또한 관련자 전원의 즉각 구속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였다. 이런 와중에서 대정부 질의 두번 째 날인 9월 22일, 마지막 질의자로 단상에 오른 무소속의 김두한 의원이 국무위원석에 무언가를 내던지며 이렇게 외쳤다. “…이것이 도적질해 먹는, 국민의 모든 재산을 도적질해서 합리화하고 합리화시키는 이 내각을 규탄하는 국민의 사카린 올시다. 그러니까 이 내각은 고루 고루 맛을 보아야….” 그때 그가 내던진 것은 비닐봉지에 담아 미리 준비해두었던 인분(人糞)이었다.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국회에서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소동들이 벌어지는 건 비단 한국 뿐만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 5월엔 소위 민주주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의 국회에서도 무척 재미있는 정치쇼가 벌어졌었다. 상원의원 세 사람이 제 각각 황소같은 누런 개 한마리씩을 끌고 의사당에 나타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중 한 의원이 자신이 끌고 온 개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우리는 지금 잃어버린 법안을 찾고 있단다. 예산안과 무역법안들도 찾아야 해. 실종된 법안들을 찾아 물고 와.” 이들은 여소야대 정국으로 인해 공화당의 역점 법안들이 야당인 민주당에 의해 부결, 폐기되는 일이 잦자 민주당의 ‘당리당략적 행태’를 부각시키기 위해 그같은 일을 벌였다고 한다.

한국 국회의 ‘오물투척 사건’이든 미국 국회의 ‘개 등원 사건’이든 정상적인 국회라면 결코 있을 수도 없고 또 있어서도 안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도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마음은 왠지 후련하기만 하다. 어쩌면 더러 더러 그같은 해프닝이 일어나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정치가 제구실을 못하고 꼬일 때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

40여일 혼수상태에 빠졌던 우리 국회가 힘겹게 원구성을 마쳤다.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진다. 긴긴 식물국회 기간에도 아무런 소동이 없었으니….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