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인디애나존스' 시리즈의 주연 배우 해리슨 포드는 일본 '기린(麒麟) 라거' 맥주 광고 모델로도 유명하다. 우스꽝스러운 건 그의 몸뚱이 만한 맥주병을 기울여 컵에 따르는 모습이다. 한데 광고 모델 하면 외국인이든 아니든 으레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몫이었고 모델료를 얼마나 받았느냐가 인기도의 눈금이 돼버렸다. 80년대 말 우리 나라 광고 모델로 진출한 미국 여우 브룩 실즈와 프랑스 여우 소피 마르소, 미국 가수 케니 로저스와 티파니, 홍콩 배우 초유엔파(周潤發)와 왕추히엔(王祖賢), 미국의 수영 선수 비욘디 등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은 여러 명의 다인종 광고 모델 또한 유행이다.

그런데 그 엄청난 광고 모델료 앞에선 국가 원수의 권위와 자존심도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인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2년 달력 모델이 된 것만 해도 그렇다. 그곳 화가 드미트리 브루벨이 푸틴의 12가지 표정을 12달에 맞춰 그린 이색적인 달력을 만든 것이다. 영국의 찰스 황태자도 지난 1월11일 발행된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에 모델로 데뷔했고 대처 전 영국 총리도 95년 삼성그룹 광고에 출연했다. 그러나 그녀는 기업 이미지 광고라는 이유로 모델료는 받지 않았다.

중국의 소림사(少林寺)가 96년 그곳 무술 승려들의 모습을 광고 필름에 담은 햄 제조 회사를 걸어 '불가(佛家)의 채식주의를 모독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긴 했지만 햄이 아닌 다른 광고였다면 어땠을까. 그랬어도 과연 거절했을까. 동물들의 모델료도 상상을 넘는다. 삼성전자가 냉장고 광고 모델로 94년 일본서 스카우트, 현지 촬영한 하얀 고양이의 모델료는 자그마치 1천만원이었다. 개, 원숭이, 소, 돼지 등 가축은 물론 물고기들까지도 광고 모델로 등장한다. 더욱 흥미로운 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배우 등 유명인사와 닮은 덕을 보는 모델들이다.

요즘 월드컵 스타들의 광고 모델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차범근씨 부자의 5억원 광고 모델료가 화제가 되고 있다. 목하(目下) 축구 스타 시대가 이 땅에 활짝 열린 것이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