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영국의 한 연구소에서 세포를 이용한 복제양(羊) 돌리가 태어나자 온 세상이 들끓기 시작했다. 동물복제는 곧 인간복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데서 오는 충격이었다. 당장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 테레사 수녀,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이 복제인간 후보로 꼽히는가 하면, 수십 수백명의 복제 히틀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격렬한 생명윤리 논쟁이 전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돌리 이후 체세포를 복제한 동물들은 세계 곳곳에서 줄지어 나타났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지에서 생쥐 송아지 원숭이 등이 복제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젖소의 자궁세포 DNA를 복제해 어린 젖소를 출산시켰다. 그밖에도 세계 각국의 예를 일일이 다 들자면 한이 없을 정도다. 이런 와중에 2년 전엔 인간게놈(Genome:유전자 정보 집합체)지도 초안까지 만들어져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비밀을 담은 유전자의 완전 해독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생명윤리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 각국이 다투어 생명윤리 기본법을 제정, 결국은 인간의 배아복제 금지 등 인간복제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도 진작부터 서둘러 왔지만 어찌된 셈인지 여지껏 법제정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내놓고 인간복제를 추진하던 미국의 클로네이드사가 2개월 전 비밀리에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곳에 인간복제를 신청한 한국인이 벌써 10명에 이른다는 소식도 있다. “현재 인간복제 실험을 안하고 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는 이 회사 관계자의 놀라운 발언도 전해졌다. 국내법의 미비를 용케도 알아차린 모양이다.

이러다 자칫 한국이 국제 의학계 최초의 인간복제 하청 실험기지로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먼 산만 바라보다 뒤통수 맞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듯도 싶다. 그나마 정부가 부랴부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시안을 마련, 공청회를 가졌다 하니 다소 마음은 놓인다. 모쪼록 빨리 성안되기를 바라자. 괜히 또 우물대다간 ‘원님 행차 뒤 나발’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