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외국 유명 대학원의 설립이 아주 쉬워질 것이라고 한다.

외국대학원의 학교부지나 건물의 소유의무가 없어져 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할 수 있고 수익용 기본재산도 확보할 필요도 없어 간판만 들고 들어와 쉽게 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조치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외국대학원의 석·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굳이 해외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시대가 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대학에는 이런 의무조항을 고집하면서 외국대학원에만 특혜를 주는 것은 국내대학에 대한 역 차별이라고 불만의 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91년 9월에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가 고베(神戶)분교를 설립한 적이 있다. 당시 옥스퍼드대학교는 36개 칼리지가운데 하나가 일본 간사이(關西)지방의 100여개 기업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실험적으로 첫 해외분교를 설립했다. 92년 6월 1기 졸업생은 29명. 이중 15명은 일본을 연구하러 온 영국학생들이었고 14명은 일본학생들이었다.

1년제 실험학교였기 때문에 옥스퍼드졸업생이라고 하는 학위는 주지 않고 학점만 인정했다. 그리고 이곳 졸업생에 대해서는 본교초청교수의 추천을 받은 학생에 한해 영국대학원 편입자격을 주었다. 그런데도 이곳 입학생들은 1년 내내 단 1분도 쉴 틈이 없었다고 92년 2월13일자 주간신조(週刊新潮)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1년 과정을 단 10주에 끝내는 만큼 강의의 템포가 당시 일본 대학원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빨랐기 때문이었다.

일본인 학생에 대해서는 사전에 두달동안 영어 집중교육을 실시했으나 영어강의 수강에도 큰 애로가 뒤따랐다는 것이 이들의 고백이었다.

외국대학원의 국내 설립조건을 완화한 것은 이처럼 외국대학원을 유치해서 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틈을 노려 외화내빈, 유명무실의 외국대학원이 국내에 상륙할 경우 오히려 새로운 대학원교육의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일부 우려도 있다. 그것은 외국대학·대학원의 학위라면 물불 안 가리고 선호하는 우리의 교육풍토 때문이다. <成定洪(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