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 쪽 폐(肺)와 숨결이 월 스트리트 증권시장이라면 다른 한 쪽 폐와 숨결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뉴욕 하면 브로드웨이, 브로드웨이 하면 뮤지컬이다. 눈발이 펄펄 날리던 83년 12월 거기서 본 뮤지컬 '캐츠(Cats)'의 감동은 아직도 가슴과 뇌리에 생생하다. 20배, 30배 큰 몸집으로 환생한 듯한 '창녀 고양이'를 비롯한 전생(前生)의 고양이들, 그 생생한 약동과 고운 노래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81년 5월 영국서 시작, 이듬해 뉴욕에 진출한 '캐츠'는 T S 엘리엇의 시 '노련한 고양이들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이야기'가 원작이다. 한데 그 뮤지컬 '캐츠'가 서울에도 오고 장장 21년간 9천회 공연으로 지난 5월 막을 내릴 줄은 그 때로서는 상상도 못했다.
80년 파리에서 초연된 '레 미제라블'도 장장 22년째 롱런에다 서울 개막만도 96년에 이어 지난 12일 두 번째다. '캐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레 미제라블'은 잘 알려진 대로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이다. 불어 'miserable'이 '불쌍한' '가련한'을 뜻하듯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평생을 쫓기는 장 발장과 그를 쫓는 자베르 경감, 코제트에 대한 사랑 등 프랑스 혁명기 사회상의 한 슬픈 단면이 감동적인 노래에 찍혀 그대로 가슴을 관통한다.
일본 청년과 재일 한국인 처녀의 슬픈 사랑을 그려 아시아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동아비련(東亞悲戀)'도 지난 해 말 일본서 막이 올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어제까지 서울서 공연되기도 했다. 배우들이 극장 천장을 날고 벽을 기어다니는 등 서커스 풍 뮤지컬 '델 라 구아다(Del la Guada=수호천사)'도 오는 31일 막이 오른다.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코러스 라인' 또한 잊을 수 없는 뮤지컬이다.
어제가 중복, 내일이 대서(大暑)로 여름 한복판이다. 바다로, 산으로만 휴가를 떠날 게 아니라 한 짬 떼어내 뮤지컬 한 마당쯤 몰입해 보는 것도 어떨까. 한 여름 밤의 멋진 판타지아 꿈으로 기억 중추에 각인되지 않을까? <吳東煥 (논설위원)>吳東煥>
여름밤의 뮤지컬
입력 2002-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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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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