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연중 가장 덥다고 하는 대서(大暑)다. 엊그제(21일)가 중복이었으니 삼복더위의 한가운데 들어선 것이다. 올해는 중복과 말복사이가 10일이나 더긴 20일이나 되는 월복(越伏)이어서 복더위가 한달간이나 계속되는 셈이다. 여름휴가철도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전국의 피서지는 인파로 뒤덮이는 시기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일요일부터 전국이 장마권에 들어섰다.

충북지방에는 '복날에 비가 내리면 청산 보은의 큰애기가 눈물을 흘린다'는 말이 있다. 청산 보은지방에는 대추나무가 많아 복날에 꽃이 많이 피어야 열매가 많이 열려 시집밑천을 장만하는데 비가 오면 꽃이 떨어져 흉년이 들기 때문에 시집가기 틀렸다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복중 더위에 대처하라는 뜻에서 임금의 이름으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얼음표(빙표-氷票)를 줘 궁내의 장빙고(藏氷庫)에 가서 얼음을 받아가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복중에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이러한 더위보다도 높은 불쾌지수라 할 수 있다. 불쾌지수는 기온과 공기중 물방울이 떠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습도를 일정한 공식에 넣어 산출한다. 그 수치가 70이하에서는 사람의 기분에 별 영향을 안 미치나 70~75에서는 국민 10명중 1명정도, 75~80에서는 2명중 1명, 80~85에서는 모든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고 85이상에서는 사람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불쾌감을 갖는다고 한다. 그래서 복 더위속 장마가 겹치면 불쾌지수는 더욱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 바로 이때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불쾌지수가 있다는 느낌이다. 날씨 불쾌지수 말고도 정치불쾌지수다. 민생 법안처리는 제쳐두고 해외 나들이에만 열중하는 여야 의원들의 모습이나 8·8재보선과 대선을 겨냥한 짜증나는 여야의 정쟁몰두, 한중 마늘협상결과의 은폐, 건보약가 인하와 관련한 미국측의 압력 의혹, 해결책 제시없이 정쟁거리 삼기에만 급급한 정치인들. 이 모두가 불쾌지수를 높이는 요인들 아닌가 싶다.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룬 후련함을 만끽한 직후여서 일까. 정치 불쾌지수가 더욱 높게 여겨진다. 이 모든 불쾌지수를 날려버릴 시원한 빙표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