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유산 중 하나인 로마의 ‘오벨리스크’(고대 이집트 왕조 때 태양신앙의 상징으로 세워진 기념비)가 65년만에 고향 에티오피아로 돌아가게 됐다. 원래 에티오피아 북부 악숨지방에 서 있던 높이 24m, 무게 160t짜리 이 오벨리스크는 지난 1937년 무솔리니에 의해 3개부분으로 해체돼 이탈리아로 건너왔다. 그리고 이탈리아는 로마에 아프리카 부(Ministry of Africa)를 개설하고, 그 건물 앞에 이를 재조립해 세워놓았다.
한편 에티오피아는 1941년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한 뒤 자신들 역사와 정신의 상징물인 오벨리스크 반환을 끈질기게 요구해왔고 마침내 며칠 전 반환절차에 착수했다. 이로써 1천700년의 역사를 지닌 악숨 오벨리스크를 둘러싸고 수십년 계속돼온 양국간 분쟁이 종지부를 찍게됐다. 세계 곳곳에 숱한 문화재 보물들이 흩어져 있음에도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선 이만 저만 부러운 일이 아니다.
지리상의 발견 이후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그곳 주요 문화재와 국보급 보물들을 닥치는 대로 실어날랐다. 우리라고 그들의 눈길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리 문화재들은 주로 19세기 후반 개항 이후 서구 열강들에 노출되면서 마구 반출되었다. 또 임진왜란 때와 일제 식민지시절 일본에 의해서도 수없이 약탈당하는 설움을 겪었다.
지금 파리 국립도서관에는 지난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약탈당한 200종 340점의 강화도 외규장각 도서들이 쌓여있다. 그런가 하면 신라 승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경 등 우리의 국보급 보물들이 소장돼 있다. 해외유출 문화재는 이밖에도 일본 미국 영국 벨기에 독일 러시아 등에 도자기 고고자료 금속공예품 등이 수백 수천점씩 흩어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찾아올 엄두를 못낸다. 이미 약탈해간 것들을 순순히 돌려줄 리 없는데다 돈을 주고 되사오려해도 값들이 너무 엄청나다. 게다가 어디에 무엇이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조차 충분한 조사가 채 다 안돼 있다고도 한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답답한 일
입력 2002-07-25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07-25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