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사를 다스린다는 '다스릴 치(治)'자는 물을 다스린다는 '치수(治水)'가 본뜻이다. 일체의 다스림 중 그 제1장(章) 제1과(科)가 '치수'라는 것이고 그 제1과 첫 단원(單元)이 바로 붉덩물 다스림이다. '붉덩물'이란 '크게 흐르는 붉은 탁류' 즉 홍수의 순수한 우리말이다. 인류의 역사란 물을 다스리는 치수의 역사, 즉 붉덩물을 다스리는 홍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명은 인간이 물에 지배당하는 곳에서 일어났다. 이집트 문명은 제1왕조 창시자 메네스(Menes)부터가 기원 전 2850년 수도 멤피스 부근에 거대한 수리시설을 해 물에 도전했고 매년 범람하는 나일강에 대처하기 위해 그 이집트인들은 1년이 365일인 달력을 고안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그런 이집트를 가리켜 '나일강의 하사품'이라고 했다. 로마의 수리(水利) 기술도 뛰어나 당시의 11개 수도 중 3개가 아직도 로마시 수도의 일부로 사용할 정도다. 중국 최초의 왕조인 하(夏)의 우(禹)왕도 그 역사를 치수로 시작했다. 황하의 수재를 막기 위해 3번이나 자기 집 앞을 지나가면서도 들어가지 않고 치수에 전념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후 '황하' 하면 범람을 연상할 정도로 해마다 넘쳤고 중국의 비애와 하상(河 )의 상징이 돼버렸다. 1931년 8월의 범람으로 무려 370만명이 죽었고 1887년엔 90만명이 사망했다. 인도의 성스런 강 갠지스 역시 매년 넘쳐나는 붉덩물로 악령의 강이 되고 있다. 금년만 해도 중국에선 지난달의 홍수로 793명이 사망, 1억명이 수해를 입었고 러시아도 6월말 휩쓴 70년만의 홍수로 104명이 죽었다. 네팔에서도 지난달 15일의 산사태로 140명이 숨졌고 숱한 방글라데시인들이 홍수를 피해 지붕이나 나무 위로 피신했다가 독사에게 물려 죽기도 한다.
연례행사 같은 이 땅의 수해가 금년에도 휩쓸었다. 그러나 사전에 점검, 대책을 세우면 유비'무환(無患)'은 몰라도 그 절반, 3분의1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선현 가라사대 '정치란 사람과 산과 물을 다스리는 것(政者治人治山治水也)'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吳東煥 (논설위원)>吳東煥>
붉덩물
입력 2002-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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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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