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노벨은 자신이 산업용으로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인류를 살상하는 가공할 무기로 쓰이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속죄하는 뜻에서 자신의 유산 약 920만달러를 희사, 재단을 설립하여 “인류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매년 상을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유지를 받들어 만들어진 게 오늘 날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고 최고의 영광을 안겨주는 이른바 노벨상이다.
알베르 아인슈타인은 1939년 8월, 당시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에게 원자폭탄 개발을 권유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사실 이 편지는 유태계 물리학자 시라드가 쓴 것을 아인슈타인이 서명한 것 뿐이라 전해진다. 그야 어떻든 루스벨트는 그때부터 원폭 개발에 본격 착수, 그 첫 결실이 1945년 8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강타한 원폭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그 일을 후회하며 반핵운동에 몸을 바쳤다. 단박에 수십만의 인명을 살상한 가공할 위력에 치를 떨었던 것이다.
인류살상 무기라면 오랫동안 개인용 기본화기 노릇을 해온 총을 빼놓을 수 없다. 고대의 활과 창을 대신하는 근현대의 기본 살상무기로 날이 갈수록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그런데 그런 총들 중 개발된지 수십년이 지났어도 명중률 및 살상력 등에서 현대의 어느 첨단 기종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소총(rifle)이 한가지 있다. 1941년 옛 소련에서 개발된 AK47이 그것이다.
이 총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그 성능이 뛰어나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선호돼왔다. 지금도 가장 널리 사용돼 현재까지 무려 7천여만정이나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60여년 전 이 무서운 화기를 처음 개발했던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얼마 전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AK47이 악인들의 손에 들어가 많은 불행을 초래한 게 지금은 안타깝다.” 마치 노벨이나 아인슈타인을 연상케 해준다. 80세 넘은 고령이 되어서야 뒤늦게 후회했다는 게 다소 떨떠름하기도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싶긴 하다. 지금도 한창 살상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을 국가나 개인들에게 조금쯤은 교훈이 될지도 모르니까.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후회
입력 2002-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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