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강도, 살인, 공갈, 사기, 밀수, 간첩 일당(一黨)이라고 할 때의 ‘당(黨)’이나 정당의 ‘당’이나 같은 ‘무리(朋, 輩) 당’자다. 끼리끼리 모인 패거리(朋黨), 떼거리, 동아리를 뜻한다. 다만 전자가 일당, 악당, 도당(徒黨), 잔당이라는 말이 따라붙는 사악한 무리(邪黨)로 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당(私黨)인데 반해 정당이란 정치라는 공익의 이익을 위한 공당(公黨)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한데 ‘黨’이라는 글자가 심상치 않다. ‘堂’과 ‘黑’이 합쳐진 것으로 뭔가 흑심을 품은 사람들이 모인 집 또는 동아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래선가 일찍이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당을 이루지 않는다(君子不黨)’고 했다. 그런 공자가 오늘날의 별의별 정당을 다 본다면 그 안색이 어떻게 바뀔까. 92년 영국에선 포주 출신인 신디아페인이라는 여성이 ‘쾌락당’을 결성, 총선에 출마했고 같은 해 이탈리아에선 포르노 여왕 모아나 포지가 포르노 배우 출신 국회의원인 치치올리나를 주축으로 한 ‘포르노당’을 만들었다. 일본엔 그 2년 뒤 ‘섹스당’이 출현했다. 일본판 치치올리나인 이노우에(井上)가 섹스산업에 대한 억압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폴란드의 ‘맥주애호당’은 90년 등장했고 체코의 ‘맥주 드렁커당’도 같은 해 결성됐는가 하면 94년 암살된 러시아의 ‘스포츠맨당’ 당수 크반트리쉬빌리는 마피아 두목이기도 했다. 일본엔 또 세금당, 연금당, UFO당, 태양의 모임, 바람(風)의 모임, ‘인간당’에다 ‘허무당’까지 출몰했다. 가장 무엄한 당은 이슬람 과격단체인 ‘신의 당(헤즈볼라)’일 것이고 가장 신선한 당은 유럽의 ‘녹색당’과 일본의 ‘녹색과 생명의 네트워크’쯤 될 것이다.
이 땅에도 이승만의 자유당, 신익희의 민주당, 조봉암의 진보당, 박정희의 공화당 등 숱한 정당이 부침했다. ‘黨’자가 ‘자주(頻) 당’자이기도 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고 잦은 이합집산 역시 정당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름도 거창한 ‘새천년민주당’이라는 당명이 10년도 못가서 개명될 전망이다. ‘새천년’이라는 상표권이 아닌 소유권만은 살리는 게 어떨까. <吳東煥 (논설위원)>吳東煥>
당(黨)
입력 2002-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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