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도덕군자가 아니라도 “외모보다는 마음과 정신이 중요하다”는 말을 곧잘 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지극히 옳은 말일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숨겨진 마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남을 바라볼 때는 물론, 자신을 볼 때도 겉모습에 유난히 신경쓰는 이들이 꽤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차마 내색은 못해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식으로 은근히 부러워하고 질시도 한다.
그래서인지 전래되는 민화나 동화 등을 봐도 주인공은 으레 외모가 수려한 미남 미녀 차지가 월등히 많다. ‘백설공주’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콩쥐 팥쥐’ 등 예를 들자면 열손가락을 몇번씩 꼽아봐도 미처 다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그 뿐인가. 현대사회에선 아예 ‘미녀 콘테스트’ ‘미남 콘테스트’ 등을 다반사로 열어 외모 지상주의를 한껏 부추기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며칠 전 어느 광고대행사가 실시한 전화면접조사에서 ‘한국 여성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거의가 미녀되기를 원한다’는 결과가 나온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 응답자(13~43세 여성 200명) 중 80%는 이런 답변도 했다. “외모 가꾸기가 멋이 아니라 생활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외모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70%나 나왔다. 이쯤되고 보면 “외모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자신감이다”라는 식의 점잖은 타이름부터가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일 수밖에 없다. 보다 예뻐지고 싶어 성형수술을 받고, 심지어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다 해도 그다지 탓할 형편은 못될 것 같다.
그런데 2년 전쯤이었던가, 외국의 몇몇 학자들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던 게 문득 생각난다. “미남 미녀가 타인의 행복권을 침해하고 있다. 비록 몇몇 수려한 용모를 지닌 이들은 스스로 큰 만족을 얻고 있을지 모르나, 이는 곧 그렇지 못한 더 많은 이들의 불만족을 증가시킬 뿐이다.”<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외모
입력 2002-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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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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