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과 손자 쿠빌라이 칸, 영국 왕 헨리 8세, 미국의 철도 왕 밴더빌트, 철강 왕 카네기, 석유 왕 록펠러, 브루나이 국왕 볼키아, 빌 게이츠…. 99년 초 월스트리트저널지가 선정한 지난 1천년, 밀레니엄 부자 50인에 든 인물들이다. 현재의 최고 부자는 재산 587억달러의 빌 게이츠다. 한데 현존 부호인 빌 게이츠와 볼키아를 제외한 48명의 현주소가 궁금하다.
천국 어디쯤일까, 지옥일까.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신약성서)'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자도 부자 나름이다. 빌 게이츠만 하더라도 2000년 1월 출범한 자선단체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에 그야말로 ‘물경(勿驚)!' 240억달러(약 28조8천억원)를 쾌척(快擲)했다. 유명한 봉사활동가인 그의 부친 설득으로 아들과 며느리 멜린다가 전 재산의 거의 절반을 내놓은 것이다. 그래선가 ‘뉴스위크'지는 그의 자선사업을 ‘벤처 박애(venture philanthropy)'라고 명명했다. 할리우드의 큰손 데이비드 게펜도 지난 5월 UCLA 의대에 무려 2천600억원을 기부했다. 그런데 기부 이유가 흥미롭다. “UCLA를 졸업했다고 속이고 뉴욕의 첫 직장을 잡았던 것을 사죄한다”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고이 받든 익명의 기부금이다. 작년 3월12일 어느 독지가가 무려 3억6천만달러(약 4천300억원)를 뉴욕 RPI 공대에 쾌척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헌금도 그리 쉽게 번 돈은 아닐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은 수명에 달렸지만 부귀는 하늘이 낸다(死生有命 富貴在天)'는 것이 논어의 말씀이다.
지난번엔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의 3천억 장학재단과 삼성그룹의 5천억 장학재단이 화제가 됐었지만 이번엔 실향민 강태원옹이 불우이웃에 기부한 전재산 270억원이 화제를 잇고 있다. 말이 쉽지 쾌척도 의연(義捐)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돈만 아는 졸부, 부한(富漢)들에게 ‘돈의 가치와 올바른 쓰임새'에 대한 멋진 일강(一講)이 된 것 같다. <吳東煥 (논설위원)>吳東煥>
기부금 270억
입력 2002-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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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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