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있는 곳엔 언제 어디서나 소리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청아한 물소리, 노랫소리, 악기소리 등 듣기 좋은 소리도 있고, 자동차가 내는 소리나 공장의 기계소리 등 듣기 싫은 소리도 있다. 여기서 듣기 싫은 소리, 다시 말해 원하지 않는 소리나 쾌적한 생활환경을 해치는 소리 등을 일컬어 소음이라고 한다.

산업화 도시화가 이루어지다 보니 이제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소음이 넘쳐나게 됐다. 공사장 기계소리 도로변 경적소리 등은 물론이고, 거리마다 터져나오는 마이크소리, 도처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 밤거리의 고성방가 등등…. 이런 갖가지 소음이 얽히고 설키면서 소음공해라는 말이 생겨났고 소음규제 기준이라는 것도 만들어졌다.

소음이 끼치는 폐해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소음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정신 혼란을 불러오는가 하면 청력상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소음으로 인해 말초혈관이 수축되며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한다. 이밖에도 위 수축운동이 감퇴하고 혈당 레벨이 상승하며 백혈구가 증가하는 등 그 해악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수도권 주민의 63%와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포항 등 지방 6개 도시 주민 49%가 심각한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최근 환경부가 한국갤럽 등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다. 진작부터 짐작은 해왔지만 이쯤되고 보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방음장치·소음벽 설치, 소음규제 강화, 소음표시제 도입 등 다각적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겠다.

소음은 흔히 듣기 싫은 소리나 원하지 않는 소리로 정의된다. 그렇게 볼 때 끝없는 반목과 대립, 비난과 헐뜯음으로 지고 새는 요즘 정치인들이 내는 소리도 어떤 면에선 다분히 듣기 싫은 소음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무척 궁금한 게 있다. 기계소리나 경적소리 등 물리적 소음공해는 소음벽 방음장치 등을 통해 다소라도 줄일 수 있다지만, 이같은 정치인들의 소음공해엔 과연 어떤 장치들이 필요할까.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