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얘기 한 토막. 한 마을에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이웃하며 살고 있었다. 부자는 매일 창고에 쌓인 곡식가마를 세는 재미로 살았다. 가난한 사람은 벼슬을 사양하고 고향에 내려와 곡식이 생길 때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즐겁게 살았다. 부자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우리 부자 맞아요? 우리보다 옆집이 더 부자인 것 같아요. 우리는 아무리 곡식이 많아도 남에게 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옆집은 창고에 곡식이 없는데도 남에게 줄 쌀은 항상 많거든요.” 나눔은 반드시 많이 가졌다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전북 전주시 이전우(81)옹이 매년 30여명의 학생에게 100만원씩 3천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해온지 20년. 그 수혜자들이 지난 25일 이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꽃다발을 증정하는 사은의 자리를 마련해서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수혜자중에는 판사 변호사 의사 기자등 사회지도층도 많았다고 한다. 한 사람의 나눔이 사회에 얼마만큼 큰 기여를 하는지 보여주는 징표다.
지난 16일 전재산 270억원을 불우이웃에 써달라고 내 놓은 강태원(83)옹, 수천억원대의 장학재단을 설립한 이건희 삼성회장,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 그리고 토목기술발전을 위해 30억원을 학회에 기증한 김형주 삼안코퍼레이션 회장등에 이어 숨겨진 나눔의 정신이 잇따라 밝혀져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략)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돈을 많이 번 다음에, 성공한 다음에 나누겠다는 굳센 다짐이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 잘 나누어 쓰는 능력입니다. 두텁게 언 흙을 헤치고 나온 저 작은 여린 새싹은 여유가 있어서 떡잎을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자기가 바로 살기 위해서, 자기가 바로서기 위해서 그 작고 여린 자기를 처음부터 나누는 것입니다’. 박노해 시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시에서 호소한 나눔의 철학이다. 정치권이 아무리 사생결단으로 막가파식 정쟁을 일삼고 있어도 사회에 희망이 보이는 것은 이러한 나눔의 철학을 실천하는 이들의 아름다움 때문이리라.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