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와라 뚝딱’하며 방망이를 두들기니 돈 꾸러미가 쏟아져 나왔고, ‘집 나와라 뚝딱’하니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솟아나왔다. 전래되는 민화 ‘도깨비 방망이’이야기다. ‘흥부전’도 비슷하게 전개된다. 흥부내외가 큰 박을 톱으로 썰어 가르니 그 속에서 천상의 일꾼들이 나왔고, 그 일꾼들은 고래등 같이 큰 기와집을 지어주고 갖가지 재화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뒤 사라진다.

세상이 부러워하는 변호사와 의사 부부이건만 그들은 가난하기 그지없다. 4년간 그들은 3천300만원밖에 벌지 못했다. 기껏해야 연소득 8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그들 부부가 운영하는 변호사 사무실과 병원이 온종일 파리만 날렸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양심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나 저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이니 마땅히 생활보호자에 포함돼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놀랍게도 도깨비 방망이나 흥부전에서와 같은 기적이 그들 부부에게도 일어난 모양이다. 지난 1999년부터 사들인 재건축 아파트 10채를 포함, 그들 부부는 서울 강남과 수도권 지역의 상가와 주택을 무려 16채나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건 그들 부부만이 아니다. 한푼의 소득도 없어 그야말로 남들의 동정으로나 간신히 생계를 이어갔을 듯싶은 한 50대 주부는 아파트를 자그마치 26채나 갖고 있었다. 하도 가난하고 불쌍하다보니 하늘이 도운 것일까, 기적도 이런 기적이 또 없겠다.

하지만 그렇게 감탄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다. 그같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내막을 누구든 웬만큼은 짐작해낼 수 있겠기 때문이다. 다만 결코 빈틈이 있을 수 없다는 세무당국이 어떻게 그토록 오랜 기간 청맹과니가 될 수 있었는지 쉽게 납득이 안될 뿐이다. 전문직 종사자나 자영업자 등의 턱없이 낮은 신고소득이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폭넓은 공평 과세를 외쳐온 것도 한 두번이 아니건만….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공염불이었음을 세무당국 스스로 확인해준 셈이 되고 말았다. 국민이 안타까워하는 건 바로 그 점이다. 투기는 그 다음의 문제다.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