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허(her)허허 웃고 여자는 히(he)히히, 요리사는 쿡(cook)쿡쿡, 축구선수는 킥(kick)킥킥, 자동차 레이서는 카(car)카카, 범인 잡는 수사관은 후(who)후후 웃는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아무튼 남을 웃기기에 일생을 바치는 위대한 코미디언도 적지 않다. ‘타임’지가 98년 5월 선정한 ‘20세기 문화인 20인’에는 피카소, 제임스 조이스, TS 엘리엇, 마사 그레이엄, 프랑크 시내트라 등과 함께 코미디언 루실 볼(Lucille Ball)도 당당히 끼어 있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 20세기를 살아온 많은 사람들은 코미디언 하면 희극왕 찰리 채플린부터 연상할지 모른다. 꽉 끼는 연미복과 헐렁한 멜빵바지, 콧수염, 벗겨져 날아가고 뒹굴 것 같은 낡은 중절모와 신(발), 휘젓는 지팡이, 주저앉을 듯한 거위걸음 등이 전매특허였던 게 그 사람이다. 그의 콧대와 배포는 높고도 두둑했다. 40년간 자기 작품과 자신의 연출이 아니면 출연치 않을 정도로 명코미디언, 명감독에 명작가였다. 83세에 아카데미 특별상을 탔고 영국 황실의 명예 작위, 옥스퍼드대 명예문학박사 학위까지 받는 등 88세까지 살았다.

87년 5월11일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프 공군기지에서 열린 원로 코미디언 특별 TV공연에 84회 생일로 출연해 레이건 대통령의 축하와 격찬을 받은 보브 호프는 어떤가. 나란히 섰던 그 때 그는 오히려 레이건보다도 더 위압적이었다. 레드 스켈튼, 조지 번즈, 잭 베니, 패니 브라이스 등은 어떻고 88년 9월 공연을 위해 내한했던 프랑스 코미디 프랑세스 극단 주연배우 롤랑 베르탱은 어떤가.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던 그 사람, “못생겨 죄송합니다”로 유명한 이 땅의 코미디 황제 이주일(본명 鄭周逸)이 62세에 서둘러 하늘나라로 갔다. 온갖 설움과 배고픔을 딛고 이제 한창 연기가 무르익을 나이에 부랴부랴 천국행 예약을 해 뒀던 까닭은 무엇일까. 채플린과 호프의 90세 100세 ‘현역’이 부럽지도 않았던가. 못다 한 연기를 그곳 천국 무대에서 마저 펼치기 위함인가 “담배 끊어요” 금연 캠페인을 그 나라 TV서 계속하기 위함인가. <吳東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