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우주의 원질(原質)'이라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의 말처럼 모든 생명체는 물에서 생겨난다. 화성 등 외계의 생명체 존재 여부도 물의 유무에 달려있다. 눈물 외에는 그 색깔이 빨갛고 노랗고 희뿌옇고…그렇게 다를 뿐 인체의 70% 이상도 물이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워도 삶의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다(飯蔬食 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는 공자의 안빈낙도(安貧樂道)와는 관계없이 인간은 하루도 물을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체중)당 1일 필요 수분 35㎖(어린이 40∼80㎖) 없이 빵만 먹으면 7일을 버틸 수 없고 물만 마시면 60∼70일이 한계라고 한다. 다만 특수 체질은 있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Gujarat)주의 한 남성(64)은 물과 햇빛만으로 411일을 버텼다'는 게 지난 8월28일자 '타임스 오브 인디아'지의 보도였다.

갈증에도 마실 물이 없을 때 인간은 '사막의 배'로 불리는 동물, 물 없이도 8일을 견딘다는 낙타를 부러워한다. 그래선가 3류 소설이나 기행문엔 낙타의 육봉(肉峰)을 갈라 물을 들이켰다는 엉터리 대목이 나온다. 등 껍데기 안쪽에 0.5ℓ의 물주머니를 갖고 있는 거북과는 달리 낙타의 혹은 물주머니가 아니라 지방질 덩어리다. 단지 수분 배설을 최소로 억제하는 특수 신장 기능을 가졌을 뿐이다. 한데 육봉이 없는 라마(llama)라는 낙타(약대)는 어떻게 수분을 섭취할까 궁금하다. 그런가 하면 주머니쥐나 캥거루쥐처럼 먹이 속의 수분 외엔 따로 물을 먹지 않는 동물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수시로 마셔야 한다. 태풍 피해로 며칠째 고도(孤島)처럼 갇혀 세숫물은커녕 마실 물도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산하가 온통 물(홍수)로 넘쳐나는데도 마실 물이 없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일인가. 파키스탄의 훈자(Hunza)나 코카서스(카프카스)의 압하스(Abkhaz) 등 세계적인 장수촌의 장수 요인이라는 청정수나 육각형분자 물이 아니라도 좋다. 신의(神醫) 허준이 분류한 수십 가지 맑은 물 중 최고의 물보다는 우선 수돗물이 급하다. <吳東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