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면 양잿물도 받아 마신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거저 얻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뜻이다. 하기야 아무 조건없이 값도 치르지 않고 힘 안들이고 쉽게 얻을 수 있다는데 굳이 마다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덕(智德)을 쌓아 세인의 모범이 된다는 성인군자들이야 무어라 하든, 어쩌면 이런 마음이 우리네 장삼이사(張三李四:보통사람)들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 이치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먹을 것이 없어 아사 직전에 있는 국민이 무려 1천만명이 넘는데도 식량원조를 한사코 거부하는 국가들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잠비아 짐바브웨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들이다. 그리고 굳이 싫다는데도 거의 강압적으로 윽박지르며 원조를 고집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역시 가장 부자나라답고 또 인정이 철철 넘치는 나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참 별일도 다 있다 싶은데,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기는 있었다. 원조하겠다는 식량이 다름아닌 유전자 조작(GM) 옥수수였던 것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측은 “GM식품이 안전하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먹을 수 없다”고 뻗댄다. 이에 미국은 “아직까진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는 주장이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식의 다툼같다.

게다가 미국은 또 “아사 직전에 있는 1천280만명을 죽이겠다는 것이냐”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얼핏 넘치는 미국의 인정을 너무도 몰라주는 것 같아 아프리카측이 야속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측은 원조식량의 유해성 여부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GM농작물의 자국 농작물 잠식을 더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미국이 이 기회를 이용, 자국에서 소비되지 않는 GM옥수수를 수출해 시장확대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래서 무슨 일이든 속단은 금물인 모양이다.

그나 저나 아사 직전에 있는 1천만이 넘는 목숨들은 도대체 어찌해야 하나. 미국이든 아프리카 국가들이든 참다운 구휼(救恤)정신이 열쇠라고들도 하던데….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