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를 처음 구상한 사람은 영국의 E 하워드라는 농사꾼이었다. 19세기말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22살 되던 해인 1872년 미국에 건너가 네브라스카주에서 농사일을 했다. 그러다 시카고에서 재판소 속기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가 도시계획에 눈을 뜬 것은 1876년 영국으로 다시 귀국, H 조지, E 벨라미와 같은 학자들의 저서를 읽으면서 부터였다.

그는 1898년 전원도시형 뉴 타운 구상을 서술한 '내일-사회개혁에 이르는 평화로운 길'이란 책을 펴낸데 이어 1902년에는 개정판인 '내일의 전원도시'를 펴내 주목을 받았다. 그의 신도시 구상은 영국정부가 국가정책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산업혁명이후 도시의 황폐화와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전원도시형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신도시 주변의 개발제한구역이라는 그린벨트 설정주장을 한 것도 그였다.

그는 신도시의 조건으로 인구의 상한선 설정, 자급자족경제, 토지이용다양화, 그린벨트 설정, 10~20년의 장기계획, 토지 공유화 등 6개항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신도시 구상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도시정책으로 활용돼왔다.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설정이나 기존의 신도시 건설도 모두 하워드의 구상을 빌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의 하나로 새로운 신도시 2~3곳을 건설하겠다는 장기계획을 내놓았다. 주택공급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처방은 최근의 부동산 경기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많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폭등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아파트의 재건축바람과 저금리 증시 침체 등으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린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신도시 건설은 부동산가격 안정대책 측면보다는 하워드가 제시한 원론적인 목적, 즉 도시 황폐화와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다. 투기억제용 응급 처방식 신도시 건설은 실패한 도시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