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나라 독재자 치고 자신을 스스로 독재자라고 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깝게는 국내의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군부독재정권에서도 모두 국가와 민족을 위한 민주주의를 내세워 독재권력을 강화했다. 독일의 히틀러나 북한 정권도 마찬가지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제 폭군으로 지칭한 후세인은 어떤가. 사담 후세인은 자신을 항상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살라흐 아딘)에 비유한다.
살라딘은 이라크 중부 티크리트출신으로 후세인과 동향이다. 1187년 히틴 전투에서 십자군을 격파하고 예루살렘을 탈환했다. 그후 제3차 아카 공방전 결과 마침내 1192년 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티나의 영유권을 확보했다. 살라딘은 그러나 전투중에 적장 리처드의 말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말 두 마리를 보내 생명을 구해줬다. 또 예루살렘 경비를 철저히 시켜 기독교도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했다. 그 뿐만 아니다. 광신적인 이슬람교도들이 기독교인들의 성지순례를 중지시키고 예수의 묘를 불지르려 하자 이를 금지시켰다.
살라딘은 후에 “모슬렘이 처음 예루살렘을 점령했을 때 여기 교회앞에 경의를 표한 것을 보고 나는 그들을 본받으려 했다”고 술회했다고 한다. 그는 진정 학문과 역사를 사랑했고 평화를 존중한 당대의 영웅이었다. 지난 1980년 같은 이슬람 국가인 이란을 침공해서 포로고문, 40만명 이상의 인적 살상, 환경파괴까지 한 후세인이 스스로를 이러한 살라딘에 비유하는 것이 우습기 짝이 없다.
미국 부시 대통령이 9·11테러 1주년을 맞아 테러지원자로 이라크 후세인을 겨냥하면서 테러리스트나 폭군이 대량 살상무기를 갖고 문명을 위협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또 유엔의 많은 회원국들이 이러한 미국의 입장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후세인이 아무리 폭군이라 해도 공격의 이유가 될 수 없고 테러지원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부시의 전쟁 의지는 확고하다. 그렇게 라도 해야 9·11테러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를 가라 앉힐 수 있어서 일 게다. 그래서 미국에게는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成定洪 (논설위원)>成定洪>
'폭군' 후세인
입력 200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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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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