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아가/ 우리 아가/ 우지 마라/ 젖을 주께' '나비 나비/ 오너라/ 노자 노자/ 나하고'…1946년 미 군정청 문교부가 조선어학회로 하여금 편찬케 한 '초등 국어교본(상)' 2과와 3과 내용이다. 그야말로 코흘리개들에게 어울리는 '유치(幼稚)'하고 치졸함 그대로다. 이런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는 그 2년 뒤인 48년 건국과 함께 UNKRA(유엔한국재건위원회)의 도움으로 문교부에서 펴낸 '바둑이와 철수' 첫 페이지에서 이렇게 바뀐다. '바둑아/ 바둑아/ 이리 와/ 나하고 놀자' '이리 와/ 이리 와/ 바둑아/ 집으로 가아/ 집으로 가아/ 영이한테 가아'.
놀자는 상대가 나비에서 바둑이로 바뀌었고 남녀 아이의 대명사는 철수와 영이, 개 이름은 바둑이, 그리고 젖을 먹이는 모유시대였음을 암시할 뿐 그 치졸무쌍함엔 변화가 없었다. 한데 취학하자마자 나비와 놀고 개와 노는 것부터 가르쳐서야 되겠느냐는 비판과 함께 '국적 있는 교육'을 표방한 박정희 정부가 73년 개정한 것이 즉 '하늘/ 파란 하늘/ 파란 하늘에/ 우리 태극기'였다. 일본 교과서를 모방했다는 비난도 있긴 했지만 개혁은 개혁이었다.
그러나 1895년 첫 교과서라 할 수 있는 '국민소학독본(國民小學讀本)'의 제1과 '대한민국'이나 '천자문' 다음에 가르친 '동몽선습(童蒙先習)'의 첫 문구는 그 격조가 사뭇 다르다. '하늘과 땅 사이 만물 중에/ 오로지 사람이 가장 귀하니(天地之間 萬物之衆 唯人最貴)'로 인간의 존엄성부터 가르친다. 오세창(吳世昌)이 펴낸 '동문선습(童文先習)'도 같은 내용이다. 그 다음 학습 코스는 통감(通鑑)→근사록(近思錄)→사서삼경(四書三經)이었다.
교과서란 그 첫째가 정확성의 상징이고 둘째가 모범, 셋째가 원칙과 기본의 전형(典型)이다. 교과서가 오류 투성이라는 것은 곧 '오류 교육'에 의해 '오류 인간'을 양성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검인정 교과서도 아닌 국정 중학교 국어 교과서가 오류 범벅이라는 것은 3류, 4류 문화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吳東煥 (논설위원)>吳東煥>
교과서 오류
입력 2002-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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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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