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세의 일본 개는 수의(獸醫)학회의 장수 표창을 받는다. 그런데 그 장수 표창에 빛나는 15∼17세 견공(犬公)의 대부분이 치매에 걸린다. 93년 4월 제115회 일본 수의학회에 보고한 우치노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개 치매의 초기 증상은 터벅터벅 힘없이 걷거나 큰 소리의 단조로운 울음 등이고 중증은 벽에 부딪쳐도 방향을 틀 줄 모르고 통 속에 넣으면 다람쥐처럼 끝없이 원을 그리며 전진만을 계속한다. 개뿐이 아니다. '경로의 날'인 지난 15일 도쿄 우에노(上野)동물원에서는 장수 동물 축하 모임도 있었다. 거기서 표창 받은 대표적인 동물이 사람으로 치면 100세에 해당하는 50세의 오랑우탄 모리다케(森竹)군이었다. '군(君)'이 아닌 그 모리다케옹(翁)도 만년엔 심한 치매성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사람은 더 심하다. 94년 발병, 95년엔 책을 보고 '나무'라고 했고 97년엔 욕설과 함께 주먹질까지 예사였다가 드디어 금년 들어서는 50여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 낸시여사조차 “누구냐”고 묻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91)이야말로 대표적인 치매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86)이 재판(인권 유린 혐의)을 면하게 된 것도 치매 덕분(?)이다. 치매로 인해 자신을 변호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7월1일 대법원이 기소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 영화 배우 찰튼 헤스턴(77)도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이라며 지난 8월9일 최후의 '말짱한 정신'으로 고별 인사를 했다.

무엇보다도 끔찍한 것은 죽음조차 몰라 끼니마다 사자의 입을 벌리고 밥을 퍼 넣는 일 등이다.

치매란 어리석을 치(癡), 어리석을 매(●)자다. 그러나 일단 증상을 보이면 가벼운 어리석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인, 배회, 난폭, 환각, 환시, 섬망(중얼거림), 실금(失禁), 농변(弄便) 등과 함께 일체의 지능과 언어 능력을 상실하는 알츠하이머, 행동 장애의 픽스(pick's), 사지가 떨리는 헌팅턴 무도(舞蹈) 등으로 발전한다. 한데 70대 이상의 '노인성'도 아닌 40대, 50대 중년 치매 환자가 10%나 차지한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철저한 방지책이 절실하다. <吳東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