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고 팔 때는 보통 한 사람의 매도인과 한 사람의 매수인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팔려는 물건은 한정돼 있는데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는 도리없이 경쟁매매, 곧 경매(競買)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비싸게 사겠다는 사람에게 그 물건은 팔리게 마련이다. 흔히 예술품이나 유명인사의 유품 등이 주로 경매를 하게 되고,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농수산물 유통 등에서 대개 경매과정을 거치게 된다.
동해(東海)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간의 표기 논란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제수로기구(IHO)가 돌연 69개 회원국을 상대로 진행중이던 ‘해양의 경계’ 개정판 최종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철회한 것이다. 애초 IHO는 지금까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한 지도에 대해 한국측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자 하나의 절충안을 내놓았었다. 즉 ‘한·일간 타협이 이뤄질 때까지 현재의 일본해 단독표기 지도를 없애고 동해부분 2쪽의 지도를 아예 공란으로 두자’는 최종안을 지난 8월 작성, 회원국들을 상대로 투표절차를 진행해 왔었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 일본해 단독표기를 막았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선 마땅히 ‘절반쯤의 성공’으로 평가할 만했다.
이런 터에 느닷없이 IHO에서 투표중단 통보를 해왔다. 투표진행 도중에 국제기구의 투표 자체가 중단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또 국제기구의 권위와 명성을 생각해서라도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중평이다. 그래서 대뜸 일본측의 물밑거래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절반의 성공’이라며 우리측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 뒤통수를 친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기야 이달 초 IHO 이사진 교체 후 급작스레 결정이 뒤집어진 걸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긴 한다.
진정 일본측 로비 때문이라면 도대체 그들이 제시한 사탕은 어떤 것일까. 경매에선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물건이 팔리게 돼 있다. 행여라도 IHO측이 동해 표기문제를 마치 경매쯤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 저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은 되지 말아야 할텐데.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경매(?)
입력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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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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