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강도 프로크루스테스(Prokroustes)는 너무나 유명하다. 길가는 사람을 잡아다가 침대에 누인 뒤 몸이 침대보다 크면 잘라내고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잡아늘여 죽였다는 강도 말이다. 한데 공자님이 걸렸더라면 필시 몸이 잘리는 비극을 당했을 것이다. 키가 2m20㎝나 됐다지 않던가. 윤건(綸巾)에다 학창의 차림의 고고한 모습이었다는 제갈공명도 '백면(白面)에다가 키가 8척(약2m40㎝)이나 됐다'니까 그 아테네에 이르는 길목을 서성거렸다가는 영락없이 문제의 강도에 걸려들었을 것이고 7척5치의 유비(劉備)도 다리가 잘렸을 것이다. 그러나 '삼국지'의 꺽다리 4인방 중 8척의 장비와 9척(2m70㎝)의 관우만은 말짱했을지 모른다. 오히려 장비의 장팔사모와 관우의 청룡언월도에 강도는 요절이 났을 것이다.
요즘 TV 드라마에 나오는 사상(四象)의학의 비조 이제마(李濟馬)의 어머니도 키가 관우와 같은 9척의 왜장녀였다는 기록이 있다. 여자가 2m70㎝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꺽다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골리앗―소년 다윗과 싸워 패한 그 블레셋 장군 골리앗의 키는 무려 3m35㎝로 추정된다고 사전은 적고 있다. 그러니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로 유명한 미국의 경제학자 갤브레이스의 키 2m3㎝나 뒤프 세네갈 대통령의 2m쯤은 작은 편이다. 현재 최장신인 모잠비크의 가브리엘 몬잔의 2m45.7㎝도 골리앗에 비하면 아이 키다. 링컨의 193㎝는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와 같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엔 클린턴의 189㎝ 등 180㎝ 이상이 43명이나 된다.
'꺽다리=농구선수'다. 미국 NBA만 해도 2m 이상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이번 부산 아시안게임에 온 북한 선수 '리명훈'의 2m35㎝엔 못미친다. 비행기를 타도 맨 앞자리에 앉아야 하고 공항 출입문을 비롯해 거의 모든 문을 고개를 숙여야 출입할 수 있는가 하면 2m짜리 호텔 침대로는 어림도 없는 등 가장 불편하고 가장 고개 많이 숙이는 남자이긴 하지만 '꺽다리 인기'만은 오나가나 대단하다. '천왕 지팡이' '인간 장대' 등 별명과 함께 그 인기 오래오래 누리기를 기대한다.
꺽다리
입력 2002-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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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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