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불(弗) 수출 탑, 10억불 차관 등 이른바 경제개발 연대인 1960년대엔 주먹 같은 '弗'자가 신문 지면을 떠나는 날이 없었다. 그 때 대부분의 대학생은 '弗'자를 '달러 불'자로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도 '달러 불'자로 믿는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고대 중국의 '올챙이 문자' 아니면 이집트의 헤로글리프, 메소포타미아의 상형문자를 대하는 느낌의 '弗'자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권위 있는 자전을 보면 '말(勿) 불' '버릴 불' '어그러질 불'자다. 미국 돈 달러와는 전혀 관계없는 글자다. 그런데도 어느 비상한 두뇌가 달러의 상징인 '$'와 가장 닮은 '弗'자를 찍어다 붙여 쓰기 시작했는지 훈장 감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대표적인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위세는 대단하다. 값어치도 영향도 드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금도 뇌물도 미제 달러로 받기를 좋아한다. 작금 '줬다' '아니다' 시야비야(是也非也)로 시끄러운 '4억달러 설'만 해도 우리 돈 4천900억원이 아닌 미국 돈 '4억 달러' '4억불'을 줬다는 것이다. 엄청난 돈이다. 얼마나 엄청난 거금인지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4천억원 시비 때(95년) 누군가 헤아린 적이 있었다. △128만5천800원 월급쟁이가 한 푼도 쓰지 않고 적금에 들었을 때 9.5% 금리(당시)가 붙는다 해도 728년 4개월이나 걸려 한 세대를 30년으로 쳐도 24대 후손이나 탈 수 있는 돈 △가로 16.1㎝, 세로 7.6㎝의 1만원권 지폐로는 축구장 98개를 덮을 수 있고 길이로 이으면 6천440㎞로, 경부고속도로를 7차례 왕복하고도 남는 돈 △쌓은 높이도 6㎞로 백두산보다 2배, 63빌딩보다 24배나 높고 무게도 45.2t으로 8t 트럭 6대 분.
900억원이 많은 4천900억원은 더욱 큰돈이다. 공인회계사를 불러야 할 헤아림일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돈 액수보다 진실이다. 과연 시(是)인가 비(非)인가가 분명히 밝혀지는 일이다. 시비지심(是非之心)이란 지(知)로부터 우러나는 당연한 마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진실(true)이냐 거짓이냐(false)를 알고 싶어하는 시비지심은 묵살돼서도 안되고 외면 받아서도 곤란하다. <吳東煥(논설위원)>吳東煥(논설위원)>
'$'와 '弗'
입력 2002-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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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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