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현대판 로마다’. 요즘 영국의 한 TV채널이 고대 로마제국과 미국을 비교한 프로그램을 방영, 양자 사이의 유사점들을 거론해 주목받고 있다. 재미삼아 그중 몇가지를 열거해 본다.
‘로마는 초강대국으로 최고의 훈련과 최대의 예산, 최상의 장비 등으로 무장한 군대를 자랑했다. 오늘날 미국도 엄청난 국방예산을 토대로 해 지구상 어느 곳이든 빠른 속도로 군대를 투입할 수 있다. 게다가 세계적인 기술 우위로 이제 경쟁상대가 없다. 로마는 지중해권을 완전 장악,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미국은 공식적인 식민지를 거느리지 않았지만, 전세계 40여개국에 군사기지나 기지사용권을 갖고 있고 132개국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 과거 로마는 라틴어를 통해 세계문화를 장악했다. 미국 또한 영어를 통해 아메리카문화의 세계화를 이루고 있다. 로마는 창끝으로만 세계를 정복한 것이 아니었다. 로마의 피정복민들은 로마식 긴 겉옷(토가)과 목욕, 중앙난방 등을 노예화의 상징인줄도 모른 채 선호했다. 오늘날 미국도 전세계 어디를 가나 스타벅스 코카콜라 맥도널드 디즈니 등을 선보여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자못 그럴싸해 보인다. 이미 정해진 시각(視角)에 맞추어 방영되고 또 분석한 탓인지는 몰라도 전혀 엉뚱한 발상이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마도 미국인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남 모르게 자부심께나 키웠을 듯싶다.
로마는 게르만족 침입으로 멸망했다. 그러나 이민족 침입을 막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지금도 갖가지 설들이 난무한다. 제국말기 경제적 취약성을 비롯하여 과중한 과세부담, 중간계층 몰락, 동서로마의 분열과 상호 질시 등이 그것이다. 또 지나친 사치와 과소비 퇴폐풍조에다 당시 기술수준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비대해진 점 등을 들기도 한다.
그런데 로마가 멸망하기 300~400년 전에 살았다는 풍자시인 호라티우스는 그때 이미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로마는 게르만인이나 한니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힘 때문에 무너지리라”고. 자부심에 한껏 부풀었을 미국인들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미국과 로마제국
입력 2002-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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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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