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아버지 숙량흘(叔梁紇)과 모친 안징재(顔徵在)의 나이 차이는 50세나 된다. 66세 늙은이가 16세 처녀와 혼인식도 안올리고 동거해 사생아 공자가 출생했던 것이다. 그런 혼인을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이른바 '야합(野合)'에 의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고구려 시조 주몽(朱蒙)이 사생아인 것도 부친 해모수가 유화(柳花)부인과 사통해 낳았기 때문이고 신라의 천재 설총도 원효대사+요석공주의 사생아로 유명하다.

천재 중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공증인 피에르의 사생아였고 서구 근대소설의 비조(鼻祖)인 '데카메론'의 작가 보카치오는 피렌체의 부자 상인과 프랑스 부인 사이의 튀기 사생아다. 그래서 '피렌체의 두 사생아'로 일컫는 천재가 바로 다 빈치와 보카치오다. '춘희'의 알렉산드르 뒤마도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쓴 속칭 '대(大) 뒤마'인 알렉산드르 뒤마 페르의 사생아였고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도 사생아로 알려져 있다. 동화작가 안데르센 역시 15세 소녀가 낳은 사생아라는 설로 1986년 여름 덴마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쯤 되면 '사생아 없이 위대한 예술은 없다'는 웅변과도 같다.

예술가뿐인가. 일본의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로 '일본의 바울'로 불리는 가가와(賀川豊彦)도 기생이 낳은 사생아였고 히틀러와 브란트 총리 등 정치가와 학자 등도 사생아가 흔하다. 가장 불행한 사생아는 '도둑일기'의 프랑스 작가 장 즈네가 아닌지 모른다. 유복자로 태어나 생모한테서도 버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생아가 다행이다 싶은 천재도 있다. 모습도 모친을 닮아 준수하고 머리도 모친을 닮지 않았나 하는 다 빈치가 그렇다.

요즘 대선 주자 토론회 때마다 생모에 대한 질문이 날아들어 곤욕을 치르는 후보가 있다. 이제는 적자(嫡子)가 아닌 서출은 벼슬과 출세에 장애를 받았던 시대, 하물며 사생아는 전혀 포부와 기를 펴지 못하던 그런 시절이 아니다. 국정 수행 능력과 정직성 도덕성 등 검증이 필요할 뿐 출신 성분이야 문제가 안된다. 뼈아프고 살 아플 질문은 삼가는 게 좋겠다. <오동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