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우리 나라는 산과 강이 많아 좁은 면적에도 불구, 방언(사투리)이 많다고들 한다. 그만큼 지역간 교류가 산과 강에 막히다 보니 자연히 말들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교통 통신의 발달로 전국이 몇시간 생활권, 기껏 멀어봐야 하루 생활권에 들어온 지금까지도 경상도말 전라도말 충청도말 경기도말 등이 꽤 많이 다르다. 심할 때는 서로간 의사소통에 애를 먹는 경우도 가끔 생긴다.

그리고 보니 한가지 궁금한 게 있다. 그 옛날 우리 나라가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으로 나뉘어져 있었을 때는 그 정도가 어땠을까. 혹여 통역이라도 따로 두어야했던 건 아닐까. 가뜩이나 산과 강으로 막혀 지역간 교류가 어려운 데다 나라마저 수백년간 셋으로 갈라져 있었으니 말 차이가 얼마나 컸을지 가늠이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는 세나라 사이에 통역이 존재했었다는 얘기가 없는 걸 보면 사뭇 신기하기까지 하다.

언제부터인가 남북한간의 이질화된 언어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세기 넘게 갈라져 살다 보니 의사소통이 이만 저만 어려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 정도의 북한말은 그래도 재미로 들을만 했다. 하지만 유술(유도) 공격어김(축구의 오프사이드) 힘운동(헬스) 등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다. 이쯤되니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남북한 선수들이 만나 말이 잘 안통해 무척 당황해 했다는 게 이해가 간다.

이산가족 만남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들 한다. ‘살기가 바쁘지 않은가(어렵지 않은가)’ ‘지금의 감정은 이름 못하겠다(표현하기 어렵다)’ 등의 표현에 남측 가족들 말문이 막혔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남북한의 이질화된 언어는 이제 생활 곳곳에 깊숙이 파고든 모양이다. 이러다간 삼국시대에도 없었던 통역이라도 두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겨우 반세기 조금 넘는 분단에 이 정도까지 왔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말이 달라지다 보면 생각이 달라지고 문화가 달라질 뿐 아니라 끝내는 민족마저 달라질 수 있다던데. 언제까지 한탄만 하고 있을 수도 없고….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