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아리마(有馬秀子)가 일본 도쿄 번화가 긴자(銀座)에 '기르비-A'라는 바(bar)를 연 것은 1951년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녀가 2차대전 종전 직후인 45년부터 다방, 카페, 바 마담으로 '일했었다'는 과거 일이 아니라 금년 100세로 10월10일 현재 정정하게 살아 있고 오뚝이처럼 꼿꼿이 바 카운터에 앉아 “어서 오십시오”를 연발하는 '100세 현역' 마담이라는 점이다. 그녀는 또렷한 어조에 액센트를 얹어 말한다. “최후의 손님을 배웅할 때까지 일터에 남겠다”고. 94년 8월5일 해발 3천776m의 후지(富士)산 정상을 정복한 '100세 청년'도 있다. 사무 기기 판매업자인 아랴야(新谷一二郞)옹이었다. 또 후지사와(藤澤三つ)옹이 88년 12월 방송대학에 입학한 것은 112세 때였다.

장수 대국 일본뿐이 아니다. 영국의 맥스웰여사가 80년 만인 97년 케임브리지 대학 학사모를 쓴 것은 103세 때였다. 109세에도 손수 운전을 할 뿐 아니라 90년 2월 75년 무사고 운전 표창을 받은 사람도 있다. 미국 뉴욕주 실버크릭시에 사는 레인 홀이라는 노인이었다. 바로 그해 미 하원 의원에 출마한 스텐하우스옹도 100세 현역 안과의사였다.

더욱 존경받을 만한 일은 100세 화가의 전시회나 100세 문인의 저서 출판이다. 일본의 오쿠무라(奧村土牛)옹이 100세 기념 전시회를 도쿄에서 연 것은 89년 2∼3월이었고 우리의 짧은 시조와 비슷한 '하이쿠(俳句)' 작가 히지카타(土方由)여사가 100세 때에 이어 94년 5월 두 번째 작품집인 구슈(句集)를 낸 것은 105세 때였다. 85세 아들이 편집을, 45세 손자가 사진을 맡았다. 드디어 우리 나라에도 그런 분이 출현했다는 것은 우리 또한 장수 대국으로 가는 표상이 아닐 수 없다. 전 서울법대 학장인 최태영옹이 102세에 역사 관계 저서를 낸 것이다. “70대는 한창이었다. 늙었다고 생각한 것은 아흔이 넘고서였다”는 게 숱한 노인의 기를 죽이는 최옹의 출판 소감 변이다. 노숙(老熟), 노련과 노추(老醜), 노망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는 얼마나 어떻게 사느냐야말로 중요하다. <吳東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