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캐번디쉬 연구소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의 산실로 유명하다. 캐번디쉬 연구소는 과학자 루카스가 1663년 사재를 털어 개설한 자연과학 분야의 '루카스 연구소’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물리학강좌를 열기 위해 당시 총장이던 윌리엄 캐번디쉬가 대부호도 감당키 어려운 8천500파운드라는 거액을 쾌척함으로써 1874년 문을 열 수 있었다. 이 같은 과학자들의 숨은 열정에 힘입어 지금까지 이곳서 배출된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29명. 이는 영국인 전체 노벨 과학상 수상자 70명의 41%를 넘는 것이다.

이러한 노벨 과학상 수상왕국의 자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넘겨진다. 1902년 카네기 연구소가 설립되면서 각종 민간 연구소와 정부지원 연구소가 잇달았다. 카네기 연구소의 설립자금만 1천만달러로 1991년 인건비 기준으로 무려 14조원에 달한다. 그동안 미국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만 200명 넘게 배출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거의 4분의1 이상을 과학분야에서 독식해 왔다.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확고한 국가적 의지와 집중 지원의 결과다.

일본이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 2명을 배출했다해서 전 열도가 축제 분위기라고 한다. 특히 화학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씨는 계측기구 업체인 시미즈 제작소에 근무하는 평범한 40대 회사원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본인 자신도 놀라워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도 실험도중 실수로 용액을 잘못 섞어 암 조기진단의 길을 연 방법을 발견하게 됐다고 털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대한(?) 실수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나카씨가 근무하는 시미즈 제작소는 일본에서 대학보다 더 학구적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1875년 일찍이 과학 입국을 구호로 내건 회사이념이 이를 말해준다. 그리고 130여년 동안 기술축적을 해왔다.

일본은 앞으로 50년간 노벨 과학상 수상자 30명을 배출한다는 목표아래 오는 2005년까지 국내 총생산의 1%를 과학기술분야에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위한 노력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