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을 꽃에 비유한다. 남자는 나비, 여자는 꽃이란다. 화심(花心)은 미인의 마음, 화순(花脣)은 미인의 입술이다. ‘꽃 같은 얼굴에 달 같은 자태(花容月態)' ‘눈 같은 피부에 꽃 같은 얼굴(雪膚花容)'이라 하고 당대에 뛰어난 미인을 ‘절대화용(絶代花容)'이라 한다. 꽃은 꽃이로되 말을 하는 꽃(解語之花)이다.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를 ‘말하는 꽃'이라 했다는 것이다. 아니, 우리의 꽃집 아가씨는 양귀비와 같은 꽃보다도 자그마치 ‘천 배나 만 배나 예쁘다'고 노래한다. ‘장화홍련전'의 장화가 장미, 홍련이 연꽃이듯이 이름부터 ‘꽃 화'자를 쓰는 미인도 흔하다. 여자뿐이 아니라 남자도 미남이면 꽃에 비유했었나 싶다. 신라의 화랑(花郞)이 '꽃 같은 낭군'이란 뜻이 아닌가.
이번 아시안게임에 온 ‘기쁨조'가 아닌 ‘응원조(組)' 아가씨 250명을 가리켜 신문들이 ‘꽃미녀'라 했고 남한의 ‘꽃미남'들이 홀딱 반했다고 썼다. ‘남남북녀'의 남남(南男)들이 북녀들에게 넋을 잃었다는 것이다. 하긴 실제야 어떻든 누군가 ‘남남북녀'라는 말을 썩도 잘 지어냈는지 모른다. ‘남녀북남'이라고 했다가는 '南女'를 ‘男女'로, ‘北男'을 '北南'으로 오해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동서'와 ‘남북'은 있어도 ‘서동'과 ‘북남'이라는 말은 없지 않은가.
어쨌거나 북한 예술선전대(예술단)와 예술대학에서 선발됐다는 ‘응원조' 아가씨들은 TV로 봐도 미인은 미인이다. 지휘자 리유경을 비롯한 리선영 길은혜 김순영 정선녀 김옥별 등 북녀들이 모두 달걀형 얼굴에 신윤복(申潤福)의 ‘미인도' 모델 같다는 것이다. 염색도 성형도 모르는 자연미, 순수미, 청순미가 전통적인 동양 미인형에다가 신토불이 얼굴이라는 찬탄들이다. ‘날 보고 웃는 양은/ 태양이 조림(照臨)한데/ 이슬 맺힌 벽련화(碧蓮花)로다'…김수장(金壽長)이 ‘해동가요'에서 읊은 그 미인형을 떠올린 남남 꽃미남이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기런 건 왜 묻디요, …습네다, …입네다, …라요 등 ‘말하는 꽃'들의 한결같은 말투가 어색하고 리선영 리유경 등 두음법칙을 무시한 이름 표기가 낯설다고나 할까. <吳東煥 (논설위원)>吳東煥>
북한 꽃미녀
입력 2002-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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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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