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음달부터 이라크 반체제 세력 5천여명에 대한 군사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21일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 17일 이라크 대통령 후세인의 7년 연임에 유권자 1천144만5천638명 전원이 100%지지로 찬성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라서 관심을 끈다. '후세인의 지지율 100%'와 '반후세인 세력의 군사훈련'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국민들로부터 100% 지지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반후세인 세력이 존재할까. 그러나 그 대답은 간단하다. 반대파를 제외하고 지지자만으로 투표를 하면 100%지지를 얻는다. 국내에서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 소위 '체육관 선거'를 통해 만장일치로 대통령을 뽑은 적이 있다.

“후세인은 히틀러적 체질을 갖고 있다. 이라크 어디에서나 비밀경찰의 눈이 번뜩이고 있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그러니 반대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올 리 없다. 그래서 후세인의 공고성은 내부의 취약성을 가리는 수단이기도 하다.” 지난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후 영국 국제전략연구소의 코피에츠 연구원은 이처럼 말한 적이 있다.(90년 9월4일 일본 에코노미스트지)

또 쿠웨이트 침공 당시 세계 각국 주재 이라크 대사부인들은 쿠웨이트 대사 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남편은 어쩔 수 없이 TV에 나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정당성을 말했지만 제발 용서해주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는 좌천으로 끝났지만 지금은 소환돼 처형을 당한답니다.”(90년 10월호 일본 文藝春秋) 이러한 이야기들은 물론 반 후세인 진영 인사들의 말이기는 하지만 후세인이 반대자들을 제거해가며 독재체제를 강화해온 사실은 확실하다.

후세인은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국민과 대통령간 충성의 악속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만반의 항전 준비가 돼 있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해외망명단체인 이라크 국민회의(INC)의 추천을 받은 반 후세인 세력 1천500명을 우선 선발, 군사훈련을 시켜 대 이라크 공격시 비밀 임무를 맡길 구체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미국이 후세인 지지율 100%의 허상을 얼마나 벗겨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