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인 1968년 정부는 중학교 입학 무시험제도를 도입했다. 입시 과열경쟁을 해소하고 교육의 평준화를 이루자는 목적에서였다. 처음 얼마간은 제법 성과를 거두는 듯 싶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중학교 입시과열 대신, 고등학교 입시 준비교육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어 중학교 교육을 비정상화시키고 있음이 드러났다. 보다 못한 정부는 또 한차례의 교육개혁 조치로 고등학교 평준화제도를 도입했다. 즉 1973년 2월28일 인문계 고교 입시를 학군별로 나누어 연합고사에 의한 추첨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고교 평준화 역시 중학교 무시험제처럼 과열 입시경쟁과 비정상적인 과외교육 열기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입시과열이나 과외열기는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신 대학에 목을 매는 입시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고, 그에따라 사교육비 부담만 더욱 더 무거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유명 사설학원이 얼마나 몰려있는가에 따라 그 지역 집값이 좌우되는 기현상이 일고, 공교육을 믿지못한 교육이민마저 극성을 부린다. 자연히 고교 평준화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심지어 폐지론까지 심심찮게 제기된다. 몇달 전 어느 부총리가 “우리 교육의 문제는 지역·학교별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평준화 일변도로 끌어온데 있다”고 혹평한 것도 다 그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고교 평준화가 인권문제까지 몰고왔다. ‘시험을 보지않고 거주지별로 추첨, 일괄 배정하는 고교 평준화는 국제인권규약 중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조항, 부모의 자녀 사립학교 선택의 자유조항, 부모의 자녀 종교교육 선택의 자유조항, 학생의 종교의 자유조항 등에 위배된다.’ 최근 발간된 서울대 법대의 연구서에 실린 내용이라고 한다.

다소 놀랍지만, 그동안 우리가 너무 무심히 지나친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전혀 없지않다. 이참에라도 하나 하나 깊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다 보면 탈 많은 고교 평준화의 개선점도 어쩌면 찾아질 수 있을지 모르고.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