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가 세계 제일의 '장애인을 위한 도시'를 선언했다. “앞으로 10년간 6천만유로(약 750억원)를 들여 휠체어 장애인 등 모든 장애인의 통행과 활동의 편의를 위한 장애인 천국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지난 7월9일 파리 시청 발표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장애인'을 위해 '장애물'을 없애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개 도시가 아닌 글자 그대로 장애인 천국, 장애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담 장애인 장관부터 필요한지 모른다. 프랑스가 88년 6월 40대의 반신불수 장애인 미셸 질베르씨를 후생복지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보다 절실한 감각과 이해로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펼치도록 했던 것은 모범적인 사례다.
영국도 맹도견을 앞세워 출퇴근하는 50세의 시각장애인 블렁킷을 97년 5월 교육부장관에 임명했다. 그는 그의 능력에 대한 반신반의 중 '반의(半疑)'와 우려를 말끔히 씻으며 장관다운 업무를 수행했고 작년 6월엔 내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는가 싶더니 금년엔 총리 물망까지 올랐다. 한쪽 귀가 어둡고 입이 비뚤어져 공용어인 영어와 불어 발음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재무장관 입각을 비롯해 아홉 번이나 장관을 지낸 뒤 총리가 된 캐나다의 장 크레티앵은 어떤가.
우리도 장애인 선진국이었다. 영의정 남구만(南九萬), 좌의정 박세채(朴世采)에다 지체장애인인 윤지완(尹趾完)대감을 우의정에 임명했던 임금이 바로 조선시대 숙종이 아니었던가. 이른바 '척족(隻足)대감' '한 다리 정승'이라는 별명의 그 윤대감이 체직(遞職), 즉 벼슬자리를 바꿔 달라고 상주하자 숙종은 단연코 거절했다. “척족 정승이 자랑이면 자랑이었지 어찌 물러난단 말이오.”
43개국 2천500여명이 참가한 채 부산에서 개막된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에 대한 외면과 무관심이 너무나 안타깝다. TV 뉴스에서도 끝자락에 가서야 잠시 비쳐지고 신문의 비중 또한 가볍기 이를 데 없다. 이겨내기 어려운 좌절과 참기 힘든 고통을 극복하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저들 장애인의 혼신의 안간힘이야말로 전 비장애인의 힘찬 기립박수 감일 터인데…. <吳東煥(논설위원)>吳東煥(논설위원)>
장애인 경기대회
입력 2002-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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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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