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엔 전직 대통령들도 많지만 미국의 지미 카터만큼 세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으며 행복에 겨워할 인물도 드물 성싶다. 사실 그는 재임시절만 해도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지나친 인권 강조가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산데다, 하필이면 퇴임 직전 ‘이란 인질사태’까지 터지는 바람에 그의 인기가 한없이 추락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퇴임 후엔 ‘제일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변신했다. 퇴임 후 그는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며 평화를 심느라 동분서주했고, 무주택 빈민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자선활동을 벌이면서 세인들을 크게 감동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올 연말엔 노벨 평화상까지 받게됐다.
그에 못지않게 행복할 듯싶은 전직 대통령이 또 한사람 있다. 재작년에 퇴임한 빌 클린턴이다. 백악관을 떠난 후 그는 ‘세계가 좁다’하고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왕성한 외교활동을 벌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물론 호주 폴란드 중국 등 지구촌 곳곳에서 강연료로 벌어들이는 돈도 사뭇 엄청나다. 지난 한햇동안만 해도 무려 60여차례 강연으로 자그마치 920만달러(약 112억원)나 벌었다. 여기에 거액의 회고록 고료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돈방석에 올라 앉았다 하겠다.
그런데 요즘 또 한창 그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올 가을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하원에 출마할 민주당 주자들이 다투어 ‘클린턴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지지만 얻으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堂上)’이란 말까지 나돌 정도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그의 인기는 민주당 미시간주 의장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도 충분히 읽혀진다. “정말 엄청났다. 사람들이 모두 그와 얘기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기금 모금에 참여했고, 그의 말을 듣기 위해 공공행사에 몰려들었다.”
참 부럽다. 우리는 어느 대선 후보가 전직 대통령들 중 한사람을 찾아갔다가 기껏 오르던 인기가 되레 곤두박질 친 일도 있었는데. 이 역시 남다른 국민성이나 정치상황, 아니면 또 다른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행복한 前職들
입력 200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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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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