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즈워드의 유명한 시 'rainbow(무지개)'의 'rain'은 비, 'bow'는 활이다. 신이 사냥을 하다가 잠시 세워둔 활(天弓)인가. 불어의 무지개 '아르콩시엘'도 'arcon'은 활처럼 굽은 모양, 'ciel'은 하늘이니까 '하늘의 아치 문'이라는 뜻이다. 신들의 파티장, 축제장 출입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중국의 무지개는 왜 벌레 충 변의 홍(虹)자인지 모른다. 하늘에 사는 거대한 7색 벌레(충)의 예쁜 짓(工)으로 보았던 것인가. 흥미로운 것은 '虹'자와 더불어 벌레 '충'옆에 '東'이나 '帶'가 붙은 '동'자 '체'자 무지개를 수(♂)무지개라 하고 '兒'가 붙은 '얼'자 무지개와 '雨' 밑에 '兒'가 붙은 '예'자 무지개를 암(♀)무지개라 한다는 점이다. 지난 5월26일 저녁 때 일본 도쿄 하늘에 뜬 쌍무지개는 암수 한 쌍이었을 것이다. 암무지개가 위쪽이냐 아래쪽이냐 하는 설은 팽팽하지만….
아무튼 그리스 신화에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들의 사자(使者) 이리스(Iris)가 무지개의 여신으로 나오고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중국을 비롯한 고대 동남아에서는 천상의 신이 물을 마시러 타고 내려오는 곱고도 찬란한 미끄럼틀로 알았다. 성경의 무지개 해석도 환상적이다. 노아의 홍수 이후 다시는 홍수로 지상의 생물을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신의 보증 표시라는 것이다. 무지개가 선 곳의 땅 밑에는 금덩이 등 보물이 묻혀 있다고 믿기도 한다. 그리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사람들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부정(不正, 不貞)과 사기(邪氣)의 조짐으로 여기기도 한 우리 선조들의 삭막한 부정적 무지개관(觀)이다.
관점이야 어떻든 '늦봄에 보이기 시작해 초겨울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다(季春虹始見 孟冬虹藏不見)'는 '예기(禮記)'의 기록처럼 무지개란 자주 하늘에 떠야만 무지개답고 하늘답다. 지난 7월26일 오후 프로야구 경기가 한창인 인천 문학경기장 위로 장장(?) 10여분간 떠오른 무지개야말로 얼마나 곱고 또 고왔던가. 그런데 90년대 이후 30% 이상이나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게 기상청 발표다. 그 원인 제공자들을 깡그리 하늘에 고발하고 싶다. <吳東煥 (논설위원)>吳東煥>
무지개
입력 200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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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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