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에 잘못 들어가 살다간 쪽박차고 나오기 십상’이라고들 한다. 돈 많아 흥청대는 이웃들 과시욕에 기죽기 싫다며 멋모르고 흉내내다 보면 있는 재산 다 털어먹고 알거지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하기야 재산 좀 모았다 하면 남들이야 어떻게 살든 흥청망청 호화 사치에 여념이 없는 이들이 세상엔 참 많다. 특히 투기 등으로 하루 아침에 재산가가 된 졸부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경향이다. 쉽게 벌었으니 쓰는 일도 그만큼 쉽다고 여겨지는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이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자신의 부(富)를 과시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재벌기업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경우로, 그들은 금융지원 등을 남보다 더 잘 받기 위해 생산고 및 매출고 따위를 일부러 부풀려 보이려고 애쓴다. 그만큼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있으니 마음놓고 지원 투자를 많이 하라는 속셈에서다. 가난한 기업보다는 돈 많이 버는 기업에 투자해야 이익도 많아지고 원금 돌려받기도 쉬워진다는 사회 저변의 심리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엔 꼭 그같은 부자들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최근 중국의 몇몇 부호들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100대 갑부 명단에 포함된 것을 몹시 분개하고 있다고들 한다. 어떤 부호들은 “아주 기분 나쁘다. 이런 명단의 배후가 의심스럽다”고 했고, 또 어느 부호는 “자산 액수가 최소한 8배나 부풀려졌다”고 격노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조금만 재산을 모아도 부풀려 자랑하던 이들만 보아와서일까, 무척 겸손한 부자들도 있다 싶었는데. 진짜 부자들의 자세는 역시 그래야 한다며 섣부른 감탄도 했고. 하지만 정작 속뜻은 전혀 다른데 있었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돈 많다는 게 알려지면 세금추적을 받기 때문이라나.

남들이야 어떻게 보든 쉽게 번돈 쉽게 쓰자며 흥청대는 멋모르는 졸부들, 남의 돈 더 끌어쓰기 위해 있는 것 없는 것 다 과시하는 일부 재벌, 세금포탈을 위해 일부러 부(富)를 감추려는 부호들. 누가 더 나은 부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돈 잘버는 이들은 무언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