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JIT경영연구소는 지난 95년 4월 회사를 망치는 10대주의(主義)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회사에 관한한 우리가 가장 잘 안다-나를 중심으로 한 우월주의 ②풍파를 일으키지 말고 온건하게 하라-사내평화를 위한 적당 주의 ③나와 본사는 지시하는 사람이지 지시받는 사람이 아니다-자기 중심적 일 처리주의 ④열심히 일한다고 누가 알아주나-냉소주의 ⑤업무가 바빠서 개혁같은 것은 못한다-현상유지 주의.

그 다음은 ⑥지금 잘하고 있는데 왜 바꾸는가-안일주의 ⑦우리가 하는 일은 성격이 특수하다-특수의식 주의 ⑧대장이 그렇게 하라면 하는거지-노예의식 주의 ⑨우리 회사는 망할 리가 없어-천하태평 주의 ⑩우리는 잘하고 있는데 그쪽이 문제야-책임회피 주의. JIT는 이같이 열거하면서 이중 3가지 징후가 나타나면 이미 그 조직이나 회사는 '요 주의'상태에 있고 5가지 이상이 나타나면 회사가 망하는 길로 들어가는 위험수준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 10대 주의를 보면 모두가 '나'와 '우리'중심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엊그제 서울시의 이명박 시장과 간부급 공무원들이 도내 용인의 삼성 인력연구원에서 서울 신화 창조를 위한 특별연수를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서울시의 망하는 시나리오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발표자들은 시민 삶의 질이 떨어지고 국내외 기업이 떠날 때, 기초 자치단체와 분열이 생길 때 서울시가 망한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적당주의가 팽배해 있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일간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JIT가 제시한 10대주의에 해당되는 요인들이다.

서울시 간부들은 망하지 않으려면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놨다고 한다. 에디슨같은 천재 발명가도 1%의 영감을 얻기 위해 대학노트 수만권 분량의 메모를 남길 만큼 열심히 일했다고 하니 일단 해법의 방향은 옳은 것 같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맘놓고 일할 만한 분위기가 돼 있는지가 문제다. 비록 서울시의 이야기이지만 경기도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