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拷問)'의 '拷'는 '매 때릴 고'자다. 곤봉, 채찍, 곤장(棍杖) 같은 몽둥이 등으로 때려가며 죄를 묻는 게 '고문'이고 그런 몽둥이를 '신장(訊杖)'이라 했다. 곤장 중에서도 길이 5자7치(약160㎝)의 치도곤(治盜棍)이나 5자8치의 중곤(重棍)으로 때리는 조선시대 형조의 사령을 '패두(牌頭)'라고 불렀다. 망나니가 목만 쳤다면 패두는 곤장만 때렸다.
'고문' 하면 고문 받다 죽은 신라 충신 박제상(朴堤上)이나 조선 초기의 사육신, 일제 때의 유관순 열사, 그리고 탁 치니까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군부터 떠올릴지 모르지만 인류 역사는 '고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시대의 패두와 같은 고문꾼이 없는 시대가 없었고 16세기 독일의 프란츠 슈미트와 같은 악명 높은 고문 기술자가 없는 나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어떤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의 보고서인 '80년대의 고문'만 봐도 '더욱 악랄해졌다'는 게 이의 없는 결론이다.
소설이나 영화도 단절 없는 고문사(史)를 외친다. 조지 오웰의 '1984년' 주인공 윈스턴은 '권력통치에 회의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체포돼 갖은 고문을 당하고 레마르크의 '개선문' 주인공 라비크는 나치의 혹독한 고문을 당한 뒤 파리에서 자신을 고문했던 사람을 발견, 끝없는 추격 끝에 살해한다. 71년 개봉된 이브 몽탕 주연의 '생사의 고백'을 비롯해 86년 TV에서 방영됐던 '소피의 선택' 등도 고문 영화다. 나치나 일제 만행 영화엔 으레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고문 장면이 나온다.
박제상의 발바닥 가죽을 벗겨 뾰족뾰족 칼 끝 같은 갈대 그루터기 위로 걷게 했다는 것부터 벌겋게 달군 쇠몽둥이에 음부를 찔려 죽었다는 궁예의 아내를 비롯해 고문 방법도 악랄하기 그지없다. 달군 쇠꼬챙이로 항문을 찌르는 나라(시리아)도 있고 대소변을 먹이는 나라(인도)도 있다. 고문 후유증도 심각하다. 이번에 밝혀진 검찰청 고문 쇼크 사망 역시 '죽을 사(死)'의 과실 치사가 아닌 '죽일 살(殺)'의 엄연한 살인 행위다. “의욕이 지나쳐 실수를”은 말이 안된다. 지엄한 처벌이 요망된다. <吳東煥 (논설위원)>吳東煥>
고문 살인
입력 2002-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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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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