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주인이 기르고 있던 애완견의 공격을 피하려다 부상을 당한 세입자에게 집주인은 1천300만원의 피해보상을 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작은 화제가 되고 있다. 당연한 일인데도 뉴스와 화젯거리가 된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에서 개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개의 천국이라는 프랑스에서도 개로 인해 사람이 피해를 입으면 예외없이 주인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진다. 미국에서는 지난 6월 사람을 물어 숨지게한 개의 주인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개 사육에 대한 주인의 사회적 책임을 물은 것이다.

동물 전문가에 따르면 원래 동물들은 같은 종족끼리는 싸우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수놈들은 무리의 리더가 되고자 할 때와 암컷을 차지하고자 할 때 두가지 경우에만 승부를 가린다고 한다. 리더가 되고자 하는 것은 무리의 안전을 위해, 암컷을 차지하려는 것은 종족번식을 위해서다. 그 외에는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는다. 이 두가지 목적을 위해 싸울때도 패자의 목숨을 빼앗을 정도로 위험하게 하지 않는다. 적당한 선에서 승부가 가려지면 패자는 꼬리를 내리고 자리를 비켜준다.

이런 동물들도 사람과 함께 살면서 집짐승이 되면 싸울 때 페어플레이가 사라지는 등 성격이 포악해진다고 한다. 불독은 원래 소와 싸움을 시키기 위해 유럽에서 품종개량을 한 개여서 투쟁본능이 강하다. 그렇지만 동료를 물어죽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불독이 집안에 들어와 사람과 함께 살면서 동족을 물어 죽이는 일이 벌어졌다. 애완견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개는 지능이 높아 스트레스에 예민하고 심한 경우 성격장애도 일으킨다. 주인이 칭찬에 인색하고 체벌을 가하면 인간을 혐오하고 난폭한 성격을 갖게 된다.

일본의 시사평론가인 우에마에 준이치로(上前淳一郞)가 최근 펴낸 한 저서에서 소개한 다음과 같은 내용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미국의 한 동물원에 가면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이 있습니다. 이곳을 들여다 보시지요'라고 쓰여있다. 들여다 보면 거울이 있고 거기에 자기의 얼굴이 비추어진다.”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