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가치가 급락할 경우 많은 나라들은 화폐개혁을 단행한다. 아마도 그 방법이 가장 효과 빠르고 또 손쉽다고 여겨서인 것 같다. 우리도 정부수립 이후 두 차례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과보다는 극심한 혼란과 충격만 안겼었다는 씁쓸한 기억을 갖고 있다.
첫번째 화폐개혁은 6·25 전쟁 중인 1953년 2월15일 0시를 기해 선포됐다. 이틀 뒤부터 ‘원’표시 통화를 금지시키고 ‘환’표시 통화를 유통시키되, 그 교환비율은 100대 1, 즉 100원에 대하여 1환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또 그날부터 국민이 소지한 모든 통화는 금융기관에 예치토록 했다. 당시 화폐개혁은 악화일로를 걷던 전쟁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원조를 할 수 있다는 미국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오히려 물가를 폭등시키는 등 실패한 개혁으로 비판받았다.
두번째는 5·16군사정권이 1962년 6월10일 0시를 기해 단행했다. 현행 ‘환’표시를 ‘원’표시로 바꾸고, 단위를 10대 1로 인하했다. 또한 1인당 500원 한도 내에서 신권과 교환해주고 나머지 돈은 일단 은행에 예치토록 했다. 이같은 조치는 5·16 이후 무려 2배로 늘어난 통화를 거둬들이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필요한 국내자본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 역시 경기는 더욱 위축되고 유통은 마비상태에 빠졌으며 생산은 줄어드는 등 폐해가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폐단위를 낮추는 화폐개혁이 내년부터 본격 추진돼 빠르면 2005년부터 새 화폐가 통용될지 모른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시안을 마련, 내년에 공청회와 정부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내놓기로 했다는 것이다. 국내화폐 단위가 달러 등 국제통용화폐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아져 사회적 심리적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처럼 불시 조치도 아닌데 왠지 두려움이 앞선다. 1·2차 때의 혼란과 충격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아서인가 보다. 그때를 생각해서라도 보다 충분한 준비와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고 싶다. 어찌됐든 두번의 경험이 나름대로 교훈은 남겼을테니까. <박건영(논설위원)>박건영(논설위원)>
화폐개혁
입력 200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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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1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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