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한강에 빠뜨리면 붓글씨를 쓸 수 있을 만큼 강물이 시커멓게 오염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강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할 수 없으니 한강에 빠뜨려서는 안된다.” 수년전 시중에 이처럼 정치인을 비아냥 하는 말들이 나돌았고 신문의 시사풍자 만화로 등장하기도 했다.
18~19세기 정치부패가 극에 달했던 영국에서도 이러한 정치인 경멸 풍조가 있었다. 영국의 정치부패사중에 나오는 일화 하나. 의사 4명이 죽은 정치인을 해부했다. 의사A:“뇌가 썩어 있더라.” 의사B:“골막까지 썩어 있더군.” 의사C:“가슴에서는 나라멸망이란 글이 나왔고 장에서는 뇌물이라는 글자가 나왔네.” 의사D:“뇌물이 세끼의 식사인 모양이야. 뇌물이란 균이 세포에까지 번져 있어.” 정치인의 부패에 대해서는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멸과 멸시, 그리고 불신감을 드러낸다. 정치인의 부패는 돈에의한 부패선거가 원인임은 물론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영국이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을 기할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멸시를 따갑게 받아들이고 정치부패의 고리를 끊겠다는 굳은 의지와 양심을 가진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1880년 선거에서 새 수상이 된 자유당의 글래드스턴은 돈을 마음대로 못쓰게 하고 관련 선거사범자에 대해서는 1심제도와 당선무효를 원칙으로 하는 강력한 부패위법 행위 방지법을 제정했다. 많은 의원들이 너무 심하다고 반발, 당선 무효화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내놓았으나 표결 끝에 원안을 통과시켰다. 선거 때마다 엄청나게 늘어나는 선거자금에 여야당이 함께 위기감을 느낀 것이 그 배경이었다.
최근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말로는 돈선거를 퇴출시키자고 하면서도 관련 정치 자금법이나 선거법 등 처리를 무산시킨 것은 아직도 돈선거에 대해 위기감을 못느낄뿐만 아니라 종전과 같이 돈에 의한 부패선거를 치르겠다는 뜻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정치개혁을 대통령 공약으로 내놓고서도 당내 정치개혁 특위에서 이를 묵살시켜 더욱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글래드스턴과 같은 위대한 정치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까. <성정홍 (논설위원)>성정홍>
정치인과 부패
입력 2002-11-15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11-15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