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 어디서나 술이 있었다’ 할 만큼 인간은 예부터 술을 마셔왔다. 하지만 술의 기원에 대해선 이렇다 할 정설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각 민족의 전설을 통해서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전해질 뿐이다. 이집트에선 천지의 신 이시스의 남편인 오시리스가 곡물신에게 맥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고 하고, 그리스신화에선 디오니소스, 로마신화에선 바커스를 술의 시조라 말하고 있다. 또 중국에선 황제(黃帝:중국민족 최초의 조상이라고 전해지는 전설적 인물)의 딸 의적이 처음 술을 빚었다고 전해진다. 우리 민족에겐 술의 시조에 대한 전설이 따로 없다. 그러나 ‘하백의 딸 유화가 술에 만취해서 해모수의 아이(주몽:고구려의 시조)를 잉태했다’는 전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술의 역사도 사뭇 오래인 것만은 틀림없다.

비록 술의 시조에 관한 전설은 없지만, 우리 민족은 예부터 술을 꽤나 즐겼던 모양이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을 보면 ‘부여, 진한, 마한, 고구려의 무천, 영고, 동맹 등 제천행사가 주야음주가무하였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또 15세기 조선의 농서 ‘금양잡록(衿陽雜錄)’에도 “호미질 나갈 때에 술단지를 잊지 말라”는 대목이 있을만큼 술을 좋아했던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우리 국민은 술을 꽤나 즐기는 편이다. 인구수에 비해 술 소비량이 세계에서 첫째 둘째를 다툰다고 한다. 그나마 우리 손으로 빚는 술만으론 성에 차지 않아서인지, 외국 술 수입량도 갈수록 엄청나게 늘어만 간다. 지난 해 수입한 위스키만 해도 자그마치 2억6천만달러어치나 된다. 1년 전보다 무려 2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당연히 위스키업계의 주목받는 고객이 될 만하다 하겠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한 외신이 이렇게 전했다. “한국이 세계 위스키 업계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또 세계 위스키협회장은 이런 말도 했다. “한국인은 최고의 스카치에 최고의 가격을 지불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놓치기 아까운 고객이란 뜻인지, 통큰 ‘봉’이란 뜻인지는 몰라도 이래 저래 얼굴 뜨거워지기는 매한가지다.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