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후보측:한국대통령 선거사상 가장 많은 의혹으로 둘러싸인 인물이 B후보다. 늙고 낡은 후보 B씨. 고개숙인 남자 B씨. 밀실야합의 원조. 노사분규 한번 막아본 적 없고, 걸핏하면 북한과 싸워보자는 호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재벌개혁을 반대해 제2의 IMF를 가져올 수 있는 B후보야말로 진짜 불안한 사람이다.

B후보측:A후보는 새로운 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 모든 특혜를 누려온 사람이 양자, 아류 정권을 만들려하고 있다. A풍(風)은 공작된 바람이요, 도풍(盜風)이다. A후보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부패세력이 내세운 꼭두각시다. A후보가 당선되면 선무당에게 칼을 쥐어주는 꼴이 된다.

대통령선거 유세전을 통해 소위 2강후보라 불리는 측들에서 서로 상대방 후보에 대해 쏟아낸 말들을 몇개씩 모아 보았다. 그들 말대로라면 두 후보 모두 뻔뻔스럽고 능력없는 못난이에다 심지어 위험스러운 인물이라는 주장이 된다. 어차피 2강후보라면 결국 그들 중 한사람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그들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나라의 장래가 정말 큰 걱정이다. 또 그들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유권자 처지도 무척이나 딱해 보인다.

‘정치의 근본은 세가지다. 그 첫째는 족식(足食), 즉 국민의 의식주를 흡족하게 해주는 일이고, 둘째는 족병(足兵), 즉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 국방력을 튼튼히 하는 일이다. 그리고 셋째는 민신지(民信之), 즉 국민이 나라를 믿고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나라의 도덕력과 공신력을 확립해 나가는 일이다’. 논어(論語)의 안연편(顔淵篇)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정치는 곧 경제력과 국방력, 그리고 도덕력 및 공신력의 기초위에 서야한다는 뜻이라 하겠다.

두 후보측의 유세전을 보건대, 그들에게서 과연 이 세가지를 기대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들 말대로라면 모두가 뻔뻔이 못난이 위험인물 뿐이다. 족식 족병도 그렇지만 믿고 안심할 민신지는 특히 더 찾을 길이 없어보인다. 하기야 까마득한 옛글을 현대정치에 대입해보려는 생각부터가 고리타분한 사고(思考)라면 할 말이 없지만.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