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는 항상 세계인들의 주요 관심사가 돼왔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세계 각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의 대내외 정책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사뭇 대단하다 하겠다. 이는 물론 미국이 세계의 초강국이며 가장 부자나라인 덕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세계 여러 나라들은 제가끔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느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좀 과장해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도 한다. 하물며 미국과는 특수 동반자 관계에 있는 한국으로선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같은 미국에서 뜻밖에도 한국의 대선이 사뭇 관심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진양 들뜰 처지는 물론 아니다. 다만 한국 교민사회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지금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있는 워싱턴 LA 등지의 교민사회에선 한국의 대선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회창·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의 열기가 자못 대단한 모양이다. 각기 후원회를 구성, 자금과 조직력을 확보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역 한인신문에 지지광고를 내고 홍보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지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필승 결의대회도 갖는다고 한다. 공항에 나가 귀국하는 한국인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집중 홍보전을 벌이고, 국내 유권자들에게 지지후보 찍기 전화캠페인까지 전개한다고 한다. 해외에 나가 살면서까지 고국의 정치에 뜨거운 열의를 보여주는 마음 씀씀이가 일단은 고맙다 해야할 것 같다. 대견스럽다 할 수도 있고. 이 모두가 나라 사랑하는 깊은 마음이라 싶기에 그렇다.
교민들의 열기가 달아오르다 보니 아마도 현지 미국인들에게도 조금씩 그 열기가 옮겨붙는 모양이다. “어느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보느냐”며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현지인들도 제법 많아졌다고 한다. 이쯤되니 어쩌면 한국도 다소나마 미국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 같아 뿌듯(?)해지기도 한다. 혹여 국내서 유행하는 흑색비방 인신공격 등까지 옮겨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은 되지만.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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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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